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중간유세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주 잘 지낸다고 말한 직후 ‘핵미사일 112개’를 거론했다. 김 위원장을 언급한 바로 뒤에 나온 수치여서 북한의 핵미사일을 가리킨 것으로 추정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세한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
김정은과의 관계 강조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까닭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그는 “거대한 국가, 거대한 핵보유국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김정은과 아주 잘 지낸다”며 “그 사람이 누군지 아나. 북한”이라고 했다. 곧바로 “사람들이 핵미사일 112개를 갖고 있을 때는 잘 지내는 것이 좋다”는 말이 뒤따랐다.
57개에서 112개로 달라진 수치
이번 숫자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두 달 전 내놓은 숫자와 맞지 않는다. 그는 지난 8월 김 위원장과 서한을 주고받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말할 수 없지만, 나는 그와 잘 지낸다”고 답하면서 “그는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nuclear weapons)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 달이 채 안 되는 사이 북한 핵전력이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잘못 말했을 가능성이 있다. ‘112개’가 정확한 정보에 바탕을 둔 것인지 착오에서 나온 것인지는 불분명하며, 발언의 정확한 의미와 근거는 추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북한이 가진 핵무기 규모를 두고는 추정하는 기관마다 차이가 크다. 안규백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월 국내 연구기관 분석을 근거로 “보통은 80∼120개 정도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 핵 능력 기정사실화 발언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처럼 다루는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집권 2기 취임일인 지난해 1월 20일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불렀고, 그 뒤로도 비슷한 표현을 여러 차례 써 왔다.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하면서 비핵화라는 목표를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렵다는 인식이 이런 표현에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미국 정부는 대북정책의 목표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고 이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을 지켜 왔다.
지난달 29일에도 비슷한 발언이 있었다. 이란에는 핵무기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북한은 왜 가질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내 친구”라며 “나는 전 세계에서 그가 좋아하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고, 나도 그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그는 “그는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도) 상당히 큰 핵”이라며 “우리와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핵 능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과 구분한 핵무장 입장
이란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내세웠다. 3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며 “이란은 절대 핵미사일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전력은 김 위원장과 잘 지내야 할 이유로 삼으면서도, 핵무기를 아직 갖지 않은 이란이 핵으로 무장하는 일은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외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 전에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이를 내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지렛대로 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는 계기로 삼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