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브라질 대선 결선 승리, 통산 4선

룰라 브라질 대선 결선 승리, 통산 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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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열린 대선 결선에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누르고 네 번째 임기를 확보했다. 멕시코와 쿠바를 비롯한 중남미 각국 정상이 잇따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중남미 정상들의 축하 메시지

룰라 대통령의 당선을 반긴 중남미 지도자는 이념 성향을 가리지 않았다. 멕시코, 쿠바, 우루과이 정상이 메시지를 냈고, 중도 또는 보수 성향의 다른 지도자인 파라과이, 볼리비아, 파나마 정상도 축하의 뜻을 표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엑스(옛 트위터)에 “민주주의여 영원하라, 브라질 국민이 승리했다. 룰라 대통령님 축하드린다”라는 글을 올렸다. 진보 성향인 모레나당 소속인 그는 이념적으로 가까운 룰라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도 엑스에서 룰라 대통령을 “형제”로 칭하고 “쿠바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이 역사적인 승리를 축하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승리가 룰라 대통령의 이전 임기에서 보여준 평화와 주권, 사회정의 여정의 연속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좌파 정부를 이끄는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과 전화로 대화한 사실을 알렸다. 그는 “방금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이자 친구인 룰라와 통화했다”며 “그에게 선거 승리 및 선거 과정이 드러낸 민주주의의 축제에 대해 축하했다”고 전했다.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에서 “위대한 민주주의의 여정에 브라질 국민께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양국 관계에 대해서는 “파라과이와 브라질은 통합과 발전이라는 공동 의제를 공유한다”며 “우리는 양국 국민의 복리를 위해 계속 함께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리고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볼리비아와 브라질은 이웃이자 형제 국가로, 공동의 역사와 공통의 과제로 묶여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계를 강화하고 두 나라를 위한 더 많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 함께 일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이 민주주의의 날을 맞아 브라질 국민들께 축하드리고, 특히 승리한 룰라 대통령께 축하드린다”는 말과 함께 “우리는 양국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축하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26일 오전 “이번 선거 결과는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끝까지 놓지 않은 지도자에게 브라질 국민이 다시 한번 신뢰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룰라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모두 소년공 출신이라는 점을 들며 “지난 7월 브라질리아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서로의 삶에 깊이 공감하며 확인한 우정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노동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함께 지켜온 동지애”라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 박상현 대변인도 당선 축하 논평을 냈다.

1차 열세 뒤집은 결선 역전과 4선 기록

브라질 고등선거재판소 집계에서 룰라 대통령의 득표율은 개표율 99.76% 때 51.76%, 99.93% 때 51.77%였고, 보우소나루 의원은 각각 48.24%, 48.23%였다. 개표가 모두 끝난 뒤 최종 득표율은 51.79% 대 48.21%로, 두 후보의 표 차이는 약 440만 표였다.

1차 투표에서는 보우소나루 의원이 47.03%를 얻어 45.16%의 룰라 대통령을 앞섰다. 결선에서 룰라 대통령은 1차 때보다 약 1030만 표를 더 모았지만, 보우소나루 의원이 늘린 표는 약 368만5000표에 머물렀다. 개표 초반 한때 뒤처졌던 룰라 대통령은 개표율이 30%를 넘은 뒤로 대부분 앞서 나갔고, 절반을 지나면서 격차를 키웠다.

1989년 민주화 이후 1차 투표 1위가 결선에서 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8년 결선투표제가 생긴 뒤 1차 2위 후보가 결선에서 뒤집은 것도 처음이다. 81세인 룰라 대통령은 1989년 처음 대선에 나선 뒤 일곱 번째 도전에서 네 번째 당선을 이뤘고, 2003년 첫 집권 이후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통산 4번째 대권을 잡은 대통령이 됐다.

그는 공장 노동자이자 농촌 빈곤층 출신이다. 1970년대 후반 상파울루 공업지대 외곽에서 노동조합 지도자로 이름을 알리며 정치를 시작했다. 1989년, 1994년, 1998년 대선에서 잇따라 떨어진 뒤 2002년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는 브라질에서 처음 대통령에 뽑혔다. 헌법이 허용하는 최대 두 번의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다가, 2022년 대선에서 당시 현직이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이기고 다시 집권했다.

생활비·치안 쟁점과 복지 공약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관심은 오른 생활비와 치안 불안, 범죄, 부패 논란에 쏠렸다. 중남미 곳곳에서 우파가 힘을 키우는 흐름까지 겹쳐 이번 대선은 브라질 정치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여겨졌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라는 점도 관심을 모았다.

1차 투표에서 확인된 우파 강세는 룰라 대통령에게 짐이었다. 결선을 앞두고 그는 좌파 세력을 하나로 모으면서, 보우소나루 집안이 다시 권력을 잡는 것을 꺼리는 유권자와 중도 성향 표심을 함께 겨냥했다. 가난을 줄이고 복지를 넓히겠다는 약속으로 오랜 지지층인 저소득층을 단단히 묶으려 했고, 예전 재임 시절의 복지 정책 실적과 긴 정치 이력이 지지자를 모으는 데 힘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용주의와 포퓰리즘을 강하게 섞은 공약도 잇달아 내놨다. 주당 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는 방안, 주말에 대중교통을 무료로 탈 수 있게 하는 헌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선거 막판에는 전국 주말 무료 대중교통과 함께, 이미 운영 중인 복지 프로그램을 15% 증액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소상공인 부채 탕감, 주말 대중교통 무료 같은 민생 공약을 앞세운 룰라 대통령이 지지층을 효과적으로 결집한 점이 대역전의 배경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투표 마감 연장과 불복 예고

투표 마감 시각은 원래 오후 5시였으나 크리스치아누 자닌 연방대법관이 전국 선거구에 오후 7시로 두 시간 늦추라고 명령했다. 룰라 대통령 측은 교통 차질과 악천후로 일부 지역에서 투표가 어려워졌고, 주요 대도시에서 유권자를 실어 나를 대중교통 배차가 크게 모자라 투표권이 침해됐다며 연장을 요구했다. 보우소나루 의원 측도 상파울루 등 3개 주에서 폭우로 투표소 가기가 어려웠다며 해당 지역에 한정해 연장을 요청한 바 있다.

패배한 보우소나루 의원은 이 두 시간 연장을 문제 삼아 반발했다. 그는 “선거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늘 일어난 일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고, “대선 무효화를 요청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자신 역시 시간 연장을 요청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보우소나루 의원이 사법부 조치에 반발하고 있어 선거 결과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그의 아버지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룰라 대통령에게 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과정에서 쿠데타 모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징역 27년 형으로 복역 중이다. 브라질 첫 부자(父子) 대통령을 노린 보우소나루 의원의 도전은 일단 무산됐다. 그가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브라질이 심한 분열과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루타이드 제동과 새 임기의 과제

최근 칠레·아르헨티나·페루·콜롬비아 등에서 우파가 세를 넓혔지만, 남미에서 경제 규모와 인구가 가장 큰 브라질은 좌파 정권을 택했다. 트럼프 2기 출범 뒤 중남미 대선에서 우파가 연달아 이겨 온 블루타이드(우파 집권 물결) 속에서 좌파가 이긴 첫 사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결과가 “라틴아메리카 대선 정국을 휩쓸던 보수주의 물결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당선이 확정되자 룰라 대통령은 승리 연설에서 “브라질은 그 누구의 뒷마당도 아니다”라며 미국과 각을 세웠다. 그는 “나는 2억1500만 브라질인들을 위해 통치할 것이다. 우리에게 이제 선거 경쟁자는 없다”고도 말했다.

새 임기에서 룰라 대통령은 글로벌사우스 중심의 균형외교, 총기 규제 강화, 아마존 삼림 보호, 최저임금 인상 공식 유지 등의 공약을 추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미 정부와 부딪히거나 재정 부담을 감당하는 일이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와 생활비 부담을 덜고 치안 불안을 줄이면서 복지 확대로 늘어날 나라 살림 부담도 챙겨야 한다.

결선에서 드러난 보우소나루 쪽의 탄탄한 지지세는 앞으로 국정을 꾸려가는 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파가 의회에서 계속 견제에 나서면 핵심 정책마다 양보와 절충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선거에서 드러난 정치 양극화를 줄이고 표를 주지 않은 국민까지 끌어안는 일도 숙제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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