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트럼프 압박 속 러시아 정유소 공습 비공식 중단…WSJ 보도

우크라이나, 트럼프 압박 속 러시아 정유소 공습 비공식 중단…WSJ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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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속에 러시아 정유소 공습을 비공식적으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장거리 타격 임무를 맡았던 우크라이나 부대들은 이달 중순 이미 진행 중이던 작전이 끝나는 대로 러시아 정유소 공격을 사실상 멈추라는 지시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에너지 휴전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해 왔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예우헨 흐마라는 민감한 외교적 상황을 감안해 정유소 타격을 당분간 미루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흐마라 장관에게 군이 재개를 원하면 언제든 공격에 나서도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이 비공식 휴전은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 무렵, 또는 다음 달 중순께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중순을 넘겨 연장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짚었다.

공식 인정 없는 공습 보류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습을 멈췄다고 공식 발표하거나 인정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7일 기자들에게 “군이 최근 며칠간 조금 더 신중을 기하기는 했지만, 정유소를 공격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 부대가 러시아 내 다양한 표적을 타격하고 있다고도 했다.

러시아 석유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마지막 공격은 지난 20일 탐보프 지역의 드루즈바 송유관 펌프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 뒤 러시아 석유 기반시설을 노린 새 공격 사례는 파악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인 석유 수출 수익을 깎으려고 그간 정유시설과 송유관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왔다.

에너지 가격과 미국의 압박 수단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국제 유가를 끌어올린다고 주장하며 연료 가격 상승의 책임을 우크라이나 쪽에 돌렸다. 그는 이달 11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휴전에 동의했다고 일방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러시아가 공격을 자제한다는 보장이 있다면 우크라이나도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그 뒤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도시와 에너지 시설에 미사일·드론 공격을 계속 강화했고, 민간인 희생도 늘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조기 경보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한편 스타링크 군용 패키지인 스타실드의 속도도 제한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에는 지난 14일 속도 제한이 적용됐고, 이 때문에 러시아군 보급망을 겨냥한 드론 공격과 일부 방공작전에 차질이 생겼다.

서비스는 지난 24일 정상화됐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에게 복구를 요청한 뒤였다. 미국 정부는 스타링크 복구와 정유시설 공격 중단이 연계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은 두 사안이 사실상 하나의 압박 수단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우크라이나군의 스타실드 사용이 제한된 데 이어 이번 조치가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스타실드뿐 아니라 미국의 정보 공유와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 등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미국 군사 지원이 완전히 끊길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해, 러시아 에너지 시설을 노리던 장거리 부대의 타격 작전을 사실상 보류했다.

쿠슈너 특사의 30일 중단 요구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이자 특사로, 지난 2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다시 요구했으며, 최소 30일간 공격을 멈추라는 요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쿠슈너 특사는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가 30일간 공격을 멈춰 감사의 뜻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상호 에너지시설 공격 중단 합의,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추가 지원, 러시아 영토 안에서의 스타실드 사용 허용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 앞둔 미국과 동맹국 반응

미국 공화당 안에서는 다음 달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높은 기름값이 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농민과 소비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러시아산 경유 제재를 완화했다.

유럽 동맹국들도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에너지 가격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라며 우크라이나에 신중하게 대응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유럽 국가는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깊어지면 군사·외교 지원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 일부 부대에서는 미군 관련 상징물과 성조기를 떼어내는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WSJ는 “우크라이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재 과정에서 러시아에 유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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