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부 국가안전회의(NSC)의 우자오셰 비서장이 28일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 전단의 제1도련선 주변 훈련을 대만·일본·필리핀을 한꺼번에 겨냥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우 비서장은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중국의 첫 항모인 랴오닝함(CV-16) 전단이 제1도련선 동쪽 바다에서 대규모 해상 훈련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대만)는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대만, 일본, 필리핀을 동시에 위협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다”고 밝혔다. NSC는 대만 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 격인 총통부 기구다. 제1도련선은 일본 쿠릴열도에서 대만 동쪽과 필리핀 서쪽을 지나 믈라카 해협까지 이어지는 가상의 선이다.
중국군 3개 전구 편대와 해경 함정 동원
우 비서장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중국군 5대 전구 중 북부·동부·남부전구가 원해 훈련 편대를 보냈다. 세 전구는 각각 동북 3성, 대만, 남중국해를 관할한다. 해경국(CCG)과 해사국(MSA), 해상 안전 법집행 함선(RSB)도 가세했다. 이들 함선은 저강도 도발로 안보 목표를 달성하려는 이른바 ‘회색지대 전술’에 투입되는 세력이다.
중국 함정들이 진출한 범위는 일본 규슈 서쪽에서 필리핀해의 제1도련선 동쪽까지다. 랴오닝 항모 전단은 필리핀해에 자리 잡았고, 중국 해군 함정은 대만 서북·서남·동부 해역에, 공무 선박은 대만 동쪽 해역에 놓였다. 대만 정부는 중국군의 이 같은 움직임이 지역의 불안정을 키운다고 비판했다.
라이칭더 총통의 선거 개입 경고
민진당 주석을 겸하는 라이칭더 총통도 같은 날 당 중앙상무위원회에서 중국을 겨냥했다. 그는 “중국의 대만 선거 개입 방식이 전통적 정치적 홍보에 국한하지 않고 인공지능(AI), 국경을 초월한 탄압, 사이버군과 결합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대만 선거에 개입하는 목적이 투표 결과를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가짜 메시지 유포를 통한 사회적 대립 조장과 대중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믿음을 약화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라이 총통은 “대만 선거에 대한 인지전(cognitive warfare)과 조직폭력배 또는 현지 조력자를 통해 선거에 개입하려는 행위를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쌍항모 훈련 전례와 미국·일본의 움직임
중국은 작년 5∼6월 랴오닝함과 2호 항모 산둥함 전단을 함께 움직인 첫 ‘쌍항모’ 훈련을 벌인 바 있다. 당시 훈련 경로는 서해, 동중국해, 남중국해, 서태평양에 걸쳤으며, 일본 오가사와라 제도와 미국령 괌을 연결하는 제2도련선도 통과했다. 대만 국방부는 앞서 보고서를 내고, 중국이 2023년 기준 국방 예산의 7%인 1천100억위안(약 24조원)을 서태평양 훈련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는 중국이 대만해협을 비롯한 제1도련선 안쪽의 통제권을 장악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은 19일부터 대규모 연합훈련 ‘킨소드’를 진행했다. 일본 병력 약 4만5000명과 미군 1만1000명이 참가했다. 23~24일에는 미 해군 F/A-18·F-35 전투기와 해병대 지상 발사대가 투입돼 가상 표적을 겨냥한 미사일 합동 타격 모의가 이뤄졌다. 요나구니섬과 이시가키섬은 대만에서 약 110㎞ 거리인데, 미군은 이곳에 대함미사일 체계(NMESIS)와 단거리 방공 체계(MADIS)를 들여놓는 작전을 훈련했다. 일본 육상자위대는 신형 25식 대함미사일(사거리 약 1000㎞)을 대규모 훈련에 처음으로 내보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필리핀에서 열린 제20차 아세안 국방장관회의를 계기로 일본·호주·인도·필리핀·싱가포르 국방 수장과 잇달아 회담했다. 그는 “우리는 실용적인 협력을 말로만 하는 걸 넘어 제1도련선을 따라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전쟁부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필리핀군 현대화를 앞당기고 제1도련선을 따라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리핀에 대한 안보 협력 기금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