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하반기 한국 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주요국과의 무역협상 전개 양상과 내수 회복 속도 등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밝혀, 낙관과 경계가 뒤섞인 진단을 내놓았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 현황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는 올해 초까지 성장세가 부진했지만 2분기 들어 경제심리 개선 등으로 성장률이 반등했고, 하반기에도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에 힘입어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근거 자료로 7월 카드 사용액이 전년 같은 달보다 2.9% 늘었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소비 심리가 실제로 살아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다만 수출 부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톤을 유지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하반기 중 수출이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점차 둔화하겠지만, 내수의 경우 추경과 금리 인하 효과 등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수출은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인해 둔화 압력을 받는 반면, 내수는 정부의 재정 집행과 그간의 금리 인하 효과가 뒷받침하며 경기 회복의 주된 동력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2분기 반등과 내수 회복 신호
이 총재가 이날 특히 강조한 대목은 2분기 들어 나타난 성장률 반등이다. 그는 연초 부진했던 성장 흐름이 2분기 들어 경제심리 개선과 함께 방향을 바꾸었다고 평가하며, 이러한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정부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이 순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점, 그리고 앞서 단행된 금리 인하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에 반영되고 있는 점이 이러한 전망의 근거로 제시됐다. 7월 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2.9%에 달했다는 수치는 내수 회복이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는 한은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인용됐다.
반면 수출 환경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함께 나왔다. 미국의 관세 조치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한국의 대외 수출이 점차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 부문이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결국 내수가 성장의 무게중심을 떠받쳐야 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진단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셈법과 시장의 시선
가장 관심이 쏠린 대목은 역시 기준금리 방향이었다. 한은은 그동안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안정적으로 수렴했는지, 그리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흐름이 충분히 안정됐는지를 금리 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로 제시해 왔다. 이 같은 기존 입장은 이날 업무보고에서도 재확인됐다. 성급한 금리 인하가 자칫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한은 내부에서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증권가 일각의 주장과는 온도차가 있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인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한은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라는 두 가지 책무를 동시에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국회 안팎에서도 중앙은행 수장의 발언 하나하나가 시장에 구두 개입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향후 통화정책 향방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한국은행이 당분간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발표되는 물가와 고용, 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를 면밀히 점검한 뒤에야 추가적인 금리 조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향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국내외 경제 상황과 금융 안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반기 한국 경제가 내수를 중심으로 한 완만한 회복이라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수 있을지, 그리고 수출 둔화라는 하방 요인을 내수 회복이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가 향후 통화정책 판단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