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다음 단계로 향하는 한국 경제
30일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한국 경제가 회복과 정상화를 넘어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재정경제부가 공개한 소감문에서 그는 지난 1년 3개월간 형성된 성장 흐름을 더 공고히 하고, 새로운 투자와 성장 기회를 만들어 잠재성장률 반등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 후보자가 강조한 목표는 단기 경기 회복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 능력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현재의 경기 지표는 이런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정책적 여지를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5년 만의 최고치인 3.3%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경제 전반이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반도체 호황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인 동시에 민생과 산업 전반을 지원할 정책 여력을 확보하는 기반으로 거론된다. 이 후보자도 반도체 호황 등으로 마련된 여력을 활용해 성장의 성과가 국민에게 고르게 퍼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높은 당해 성장률이 곧바로 장기 경쟁력의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6월 초 공개한 전망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1.85%에서 올해 1.66%로 0.19%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성장률이 상승하는 동안 경제가 물가 압력을 키우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은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새 경제사령탑 앞에 놓인 핵심 과제가 단순한 경기 관리가 아니라 투자 확대와 산업 기반 강화인 이유다.
반도체의 성과를 산업 전반으로 넓히는 과제
이 후보자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비롯한 성장 전략을 통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이번 소감문에서 추가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정책의 초점이 기존 성장세의 유지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맞춰져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현재의 호황을 일시적인 수출 증가로 소비하는 대신 생산 능력과 투자 기반을 넓혀 잠재성장률 반등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접근이다. 한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국가 경제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확장하는 실행력이 중요해졌다.
산업별 온도 차를 줄이는 것도 과제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 자체는 좋게 나타나지만 반도체 산업만 호황이고 다른 산업의 상황은 좋지 않다며, 어려움을 겪는 산업을 정책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한국 경제가 세계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핵심 산업의 성과를 지키는 동시에 그 효과를 더 넓은 기업과 일자리로 연결해야 한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특정 산업이 전체 지표를 견인하는 구조에서는 성장률 상승과 기업·가계가 체감하는 경기 사이에 간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의 행정 경험은 이런 복합 과제를 다루는 데 주목할 요소다. 그는 1992년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 금융정책국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일했고, 이후 경제분석과장과 종합정책과장 등 거시경제 관련 주요 보직을 거쳤다. 여러 정부에서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경제정책비서관, 통계청장과 재정경제부 1차관을 맡은 경력은 경기 분석과 정책 집행의 연속성을 중시한 인선이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물가·고용·주거를 함께 다뤄야 하는 성장 전략
성장 흐름을 강화하려면 물가와 고용이라는 민생 지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물가가 상승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3%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후보자는 재정경제부 1차관으로 일하면서 국제유가 급등 이후 석유 최고가격제를 운용하는 등 물가 대응에 관여했다. 앞으로도 성장 지원이 생활비 부담을 키우지 않도록 정책의 속도와 대상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고용에서는 전체 증가 폭과 청년층의 흐름이 엇갈린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월평균 약 10만8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취업자 증가 폭 15만명에 미치기 어려운 추세다. 특히 15세부터 29세까지의 취업자가 45개월 연속 감소해 청년층의 어려움이 두드러진다. 정부는 충분한 일 경험을 쌓도록 지원하고 인공지능 확산이 만드는 구조 변화에 구직자들이 대응하도록 돕는다는 방침이다. 성장 프로젝트가 실제 고용 기회로 이어지는지가 정책 성과를 판단할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부동산 역시 경제 정책과 민생이 직접 만나는 지점이다. 정부는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고 실거주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종합부동산세제를 개편하며 장기보유특별공제에 10억원 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이해관계자를 중심으로 수정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자에게는 실수요자의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면서도 주택시장을 왜곡하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도록 세제를 정밀하게 조정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3·4·5 경제 대도약’이 요구하는 실행력
이 후보자는 7월 잠재성장률 3%,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를 묶은 ‘3·4·5 경제 대도약’ 전략을 주도적으로 설계했다. 이번 지명으로 그 전략은 정책 구호를 넘어 실행 능력을 검증받는 단계에 놓이게 됐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동시에 반도체에 집중된 성장 효과를 다른 산업과 고용으로 확산해야 한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에서도 국내 기업과 가계가 성장의 성과를 체감하도록 연결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 후보자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향한 도약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성장의 온기가 국민에게 골고루 퍼지도록 민생 정책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잠재성장률과 수출 순위를 높이는 양적 목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물가 부담과 청년 고용, 산업 간 격차, 주거 불안을 함께 다루지 못하면 좋은 거시경제 지표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성장 정책과 분배 정책을 별개의 축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글로벌 독자에게 이번 인선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이 현재의 호황을 장기 성장 기반으로 전환하고, 수출 성과를 일자리와 생활 안정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는 기술 중심 경제가 공통으로 마주한 과제다. 이형일 후보자가 제시한 새로운 투자와 성장 기회, 잠재성장률 반등, 민생 확산의 세 축이 실제 정책에서 어떤 균형을 이루는지가 한국 경제의 다음 도약을 가늠할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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