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이나 재질, 인증마크가 정품과 어긋나는 상품이 쿠팡과 네이버 등 일부 온라인 오픈마켓에 올라와 있다는 정보가 접수된 것이 이번 수사의 출발점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식재산처와 공조해 중국산 위조품이 정품으로 둔갑한 채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국내 배송을 주도해 온 한국인 브로커 A씨를 검찰에 넘겼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중국 선전에 있는 제조업자들과 짜고 58억원어치에 이르는 가짜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61종 45억원어치 판매…10만984개 중 8만2천860개 시중에
김진휘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장은 이날 서울지방식약청 브리핑에서 사건 경과를 설명했다. 위조 상품 판매는 2024년 10월에 시작돼 작년 11월까지 약 1년 이어졌고, 이 기간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61종이 45억원어치 팔려나갔다. 국내로 넘어온 가짜 제품은 모두 10만984개로, 이 가운데 시중에 풀린 물량이 8만2천860개, 당국이 거둬들인 물량이 1만8천124개다. A씨가 운영하던 충북 청주의 약 1천㎡ 규모 물류창고에서는 87종의 가짜 불법 제품이 나왔고 시가는 13억원으로 집계됐다.
김 단장은 “가짜 제품이 몇 명에게 팔렸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쿠팡과 네이버 외에 다른 경로로 가짜 제품이 판매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식약처는 이번 사안에 한해서는 두 플랫폼에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통 구조를 두고 김 단장은 “오픈마켓 개설자는 중국인 화주였고, A씨는 직접 구매(직구) 형태로 가짜 제품을 받은 뒤 물류창고에 보관하며 배송하는 역할을 맡았다”며 “가짜 제품 제조업자들은 중국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짜 제품의 가격은 정품보다 다소 저렴했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능성 성분 불검출…품질검사 거치지 않은 제조
창고 물량을 들여다본 결과 정품과는 포장지 재질과 설명문 내용이 어긋났고, 용기의 형태·크기, 제품 자체의 형태·색감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가히’와 ‘조선미녀’, ‘셀라딕스’, ‘랑콤’, ‘에스티로더’ 등 유명 화장품 28종을 사칭한 물건이 있었고, 건강기능식품 쪽에서는 ‘고려은단’이나 ‘덴프스’ 제품 행세를 한 물량이 확인됐다. 불법 반입 품목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에 그치지 않아 신발과 골프가방, 치약, 정수기 필터까지 여러 갈래였다.
압수품을 검사했더니 미백 성분, 유산균 같은 기능성 성분과 지표 물질은 아예 나오지 않았다. 만드는 단계에서 품질검사를 거치지 않은 탓에 소비자가 기대할 만한 기능성 효과도,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식약처 설명이다. 김 단장은 “가짜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일부 제품에 대한 부작용 신고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표법 위반 4천여 개…수익금 1천300만원 추징
가짜 브리타 정수기 필터의 원산지를 독일로 바꿔 놓는 등 A씨가 위조 상품 판매에 적극 가담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상표법을 어긴 물품은 이 필터를 비롯해 나이키 운동화와 타이틀리스트 골프용품, 아이팟, 플레이스테이션 조이스틱 등 4천여 개에 이르렀다. 식약처 관계자는 “A씨는 가짜 배송을 통해 수수료를 받기로 했었다”고 전했고, 범죄로 챙긴 수익금 1천300만원은 추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