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의혜 외교부 차관보는 2026년 7월 2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우호협력조약 체약국 고위급 회의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주최 만찬에 참석해, 남중국해를 포함한 모든 해양 영역에서 국제법 원칙이 충실히 준수돼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 외교부의 이번 메시지는 주권과 영토 보전의 상호 존중, 분쟁의 평화적 해결, 무력 위협과 무력 사용의 포기라는 동남아우호협력조약의 기본 정신을 해양 질서에도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정 국가를 직접 거명하거나 개별 분쟁의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모든 참여국이 공유할 수 있는 원칙을 중심으로 한국의 외교적 위치를 설명한 것이다.
정 차관보는 한국이 동남아우호협력조약 체약국인 동시에 해양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즉 아세안이 중심이 되는 지역 협력 구조를 한국이 변함없이 지지해 왔다고 밝혔다. 이는 남중국해 문제를 단일 분쟁으로만 다루기보다, 아세안 중심의 협력 체계와 국제법에 기반한 해양 질서라는 두 축 안에서 접근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마닐라에서 확인된 해양 질서의 공통 원칙
이번 회의 참석자들은 동남아우호협력조약이 규정한 기본 정신을 해양 영역에서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회의에서 확인된 원칙은 주권과 영토 보전의 상호 존중, 분쟁의 평화적 해결, 무력 위협과 무력 사용의 포기다. 육상과 해상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외교 원칙을 적용하자는 방향이 공동 논의의 중심에 놓였다.
이 가운데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무력 사용의 포기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을 다루는 외교적 언어로서 의미가 크다. 회의 참석자들이 구체적인 분쟁 당사자나 해역별 쟁점을 공개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논의는 누가 옳은지를 판정하기보다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관리돼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상호 존중이라는 표현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는 원칙은 국가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해양 공간에서도 일방적인 압박보다 합의 가능한 규범을 우선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이 이 원칙에 힘을 실은 것은 역내 갈등의 한쪽에 서기보다, 규범을 통해 안정적인 협력 환경을 조성하는 국가로 역할을 넓히려는 외교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강조한 유엔해양법협약의 의미
정 차관보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국제법의 기준은 유엔해양법협약이다. 그는 유엔해양법협약을 비롯한 국제법 원칙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모든 해양 영역에서 충실히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중국해만을 예외적인 공간으로 보지 않고, 모든 바다에 적용돼야 할 보편적 원칙의 연장선에서 다뤘다는 점이 이번 발언의 핵심이다.
이 같은 표현은 한국의 메시지가 특정 지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남중국해는 발언에서 명시됐지만, 적용 대상은 ‘모든 해양 영역’으로 확장됐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은 개별 현안에 대한 단기 대응이라기보다 해양 공간 전반에서 국제법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적 외교 노선으로 분석된다.
국제법 준수를 강조하는 방식은 대립적인 표현을 줄이면서도 기준을 분명히 제시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은 어떤 국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대신 모든 행위자가 따라야 할 공통 규범을 앞세웠다. 이는 갈등을 격화시키지 않으면서도 평화적 해결과 무력 사용 포기라는 원칙을 분명하게 전달하려는 균형 잡힌 접근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세안 중심 협력 구조에 대한 지지
정 차관보는 한국이 아세안 중심의 지역 협력 구조를 변함없이 지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아세안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지역 협력체다. 한국이 이번 고위급 회의에서 아세안의 중심성을 다시 강조한 것은 동남아시아의 해양 현안을 다룰 때 역내 국가들이 주도하는 협의 구조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국제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메시지는 동남아우호협력조약 체약국이라는 한국의 위치와도 연결된다. 한국은 회의 밖에서 원칙을 제시한 외부 관찰자가 아니라 조약의 기본 정신을 함께 지켜야 하는 체약국의 자격으로 논의에 참여했다. 조약 참여국으로서 주권 존중과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발언의 외교적 무게도 단순한 논평보다 크다고 분석된다.
아세안 중심성을 지지하면서 국제법 준수를 함께 강조한 것은 지역 주도성과 보편적 규범을 결합한 접근이다. 지역 현안은 아세안 중심의 협의 체계에서 다루되, 그 과정과 결과는 국제법의 원칙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구조다. 한국은 두 요소를 경쟁 관계로 설정하지 않고 상호 보완적인 외교 원칙으로 제시했다.
해양국가 한국이 내놓은 외교적 메시지
한국이 스스로를 해양국가로 규정한 대목도 주목된다. 이는 남중국해의 안정과 국제법 준수가 해당 해역 주변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낸다. 바다를 통한 연결과 협력이 중요한 국가로서 한국도 해양 질서의 안정성과 분쟁 관리 방식에 직접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공식 석상에서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이번 발표는 새로운 협정이나 별도의 정책 결정을 공개한 것이 아니다. 확인된 사실은 정 차관보의 회의 및 만찬 참석, 참석자들이 공유한 동남아우호협력조약의 기본 원칙, 그리고 유엔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 준수에 관한 한국의 강조다. 따라서 이번 사안의 의미는 새로운 제도의 출범보다 기존 규범에 대한 한국의 지지를 재확인한 데 있다.
외교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조약의 정신을 해양 영역에서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에 뜻을 모았다. 여기에는 단순히 기존 원칙을 반복하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해양 환경에서도 주권 존중과 평화적 해결, 무력 사용 포기라는 기준을 계속 작동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대립보다 규범을 앞세운 한국 외교
한국의 이번 발언은 강한 수사보다 규범의 언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남중국해라는 구체적인 공간을 언급하면서도 특정 국가의 행동을 평가하거나 책임을 단정하지 않았다. 대신 유엔해양법협약과 동남아우호협력조약을 기준으로 제시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을 통해 한국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러한 방식은 한국이 역내 협력국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해양 질서에 관한 기준을 흐리지 않으려는 태도로 평가된다. 아세안 중심의 협력 구조를 존중한다는 메시지는 지역 국가들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것이고, 국제법 원칙의 충실한 준수를 요구한 것은 그 협력이 따라야 할 공통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주권과 영토 보전의 상호 존중, 분쟁의 평화적 해결, 무력 위협과 무력 사용의 포기는 서로 분리된 문구가 아니다. 주권을 존중하려면 위협과 무력에 의존하지 않아야 하며, 이견이 발생했을 때는 평화적 절차로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적 연결을 이룬다. 이번 회의는 이 일련의 원칙을 해양 영역에 적용하는 방향을 재확인했다.
한국의 글로벌 위상에 던지는 함의
이번 마닐라 회의에서 한국이 보여준 역할은 분쟁 당사자 사이의 결론을 대신 내리는 것이 아니라, 협력의 틀과 행동의 기준을 지지하는 데 있다. 한국은 동남아우호협력조약 체약국으로서 조약의 기본 정신을 해양 영역까지 이어가야 한다는 데 동참했고, 해양국가로서 국제법 원칙의 보편적 적용을 강조했다.
이는 한국의 동남아 외교가 양자 관계만이 아니라 지역 협력 구조와 규범적 질서를 함께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분석된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고위급 회의와 대통령 주최 만찬에 정 차관보가 참석한 사실도 한국이 아세안 중심의 논의 공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향후 판단의 기준은 이번에 확인된 원칙이 실제 해양 협력과 분쟁 관리 과정에서 얼마나 충실하게 유지되는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확인된 범위에서 한국은 새로운 조치나 일정을 제시하기보다 국제법 준수와 평화적 해결이라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해양 환경에서 한국이 예측 가능한 규범 외교를 지향한다는 신호로 평가된다.
세계 독자가 주목할 이유
남중국해를 포함한 해양 영역에서 어떤 원칙이 적용돼야 하는지는 특정 국가만의 외교 문제가 아니다. 이번 회의가 확인한 주권 존중, 평화적 해결, 무력 위협과 무력 사용의 포기는 국가 간 경쟁이 존재하는 공간에서도 협력의 최소선을 유지하기 위한 기준이라는 점에서 국제적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대표하려 하지 않았고, 아세안이 중심이 되는 협력 구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유엔해양법협약 등 국제법이 모든 해양 영역에서 충실히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주도성을 존중하면서 보편적 규범을 지지하는 이중의 메시지가 한국 외교의 특징으로 드러난다.
세계 독자에게 이번 한국의 외교 행보가 흥미로운 이유는, 한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대립의 언어가 아니라 국제법과 평화적 해결, 아세안 중심 협력이라는 공통 원칙의 언어로 다루며 글로벌 해양 질서에 대한 책임 있는 참여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출처
· 조국·김남희, '전건송치 복원' 형소법 개정안 두고 공개 설전 (연합뉴스)
· 정성호, 李대통령에 사의 밝힌 듯…與 보완수사 폐지국면 속 파장 (연합뉴스)
· 외교부, 동남아 회의서 "남중국해에서도 국제법원칙 준수돼야"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