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이 9월 들어 다시 얼어붙고 있다. 7~8월 여름철 한때 늘어났던 거래량이 정부의 연이은 대출규제 강화 여파로 위축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일부 선호 단지에서는 상승거래 신고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반면, 그 외 단지는 대출규제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으로 거래가 정체되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도 온도차가 뚜렷해, 강남 3구가 속한 동남권 등 인기 지역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는 반면 그 외 지역은 매수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DSR 3단계와 6·27 대책이 만든 이중 규제
시장 위축의 직접적 배경으로는 지난 7월 1일 시행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이른바 DSR 3단계가 꼽힌다. 이는 2024년 9월 시행된 DSR 2단계에 이어 시행된 후속 조치로, 기존 단계에서 25퍼센트만 반영되던 스트레스 금리 가산분을 100퍼센트까지 끌어올려 대출 한도를 추가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연소득 1억원 기준으로 2단계 대비 대출 한도가 최대 4천800만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용 대상도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가리지 않고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물론 기타대출까지 확대돼, 사실상 전 금융권의 모든 가계대출이 규제망 안에 들어오게 됐다. 다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주택담보대출은 완화된 스트레스 금리가 연말까지 유예 적용된다.
여기에 더해 지난 6월 27일 정부가 발표하고 다음 날인 6월 28일부터 즉시 시행에 들어간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이 대책으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목적으로 받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됐다. 두 규제가 두 달 남짓한 간격을 두고 잇따라 시행되면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승인 문턱이 눈에 띄게 높아졌고, 매수 대기자들 사이에서는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구체적인 규제 내용을 살펴보면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추가로 주택을 구입할 목적으로 받는 주택담보대출은 전면 금지됐고,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6개월 이내에 처분하겠다는 조건을 걸어야만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적용되던 주택담보인정비율도 기존 80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낮아졌으며, 소유권 이전을 조건으로 하는 전세자금대출은 아예 금지돼 이른바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는 효과를 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경우 6개월 안에 전입신고를 마치도록 하는 실거주 요건도 새롭게 부과됐다.
공급 확대 정책과 시장 전망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과 별개로 공급 측면에서는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지난 9월 7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비아파트 11만가구를 포함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며 도심 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허가와 착공 절차를 단축하기 위한 지원 체계도 함께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공급 대책의 효과가 실제 입주 물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대출규제의 영향력이 시장 심리를 더 크게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서울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정부의 추가 정책 방향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 여부, 그리고 DSR 3단계 규제의 실제 적용 강도를 꼽고 있다. 강남 3구가 포함된 동남권 등 선호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상승세가 유지되는 반면, 그 외 지역에서는 거래 절벽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대출총량 관리를 지속하는 가운데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재편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질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대출규제 강화가 단기적으로 거래량을 위축시키는 효과는 뚜렷하지만, 매물 잠김 현상이 겹치면서 가격 자체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이중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규제 시행 이후에도 인기 지역의 신고가 거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자금 여력이 충분한 수요자와 그렇지 않은 수요자 사이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출규제 국면 속에서 실수요자 보호와 시장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