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모이는 AI 스타트업과 글로벌 자본
6일 서울시는 9일부터 10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트라이 에브리싱 2026’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이 산업과 기업 운영을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보고, 스타트업과 투자자·대기업·창업지원 기관이 투자 유치와 사업 협력, 해외 진출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다. 연합뉴스가 전한 행사 구성에 따르면 글로벌 콘퍼런스와 혁신 기술 전시, 체험 프로그램,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일대일 밋업이 함께 진행된다.
이번 행사의 중심에는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기업 성과와 실제 산업 현장을 움직이는 기술로 바라보는 시각이 놓여 있다. 콘퍼런스에서는 에릭 브리뇰프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맡아 AI가 일상화된 시대에 기업이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AI 기업 앤트로픽에서 아시아태평양 스타트업 파트너십을 총괄하는 이엽과 미국 AI 유니콘기업 젠스파크의 공동창업자 레이 종도 연단에 오른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글로벌 AI 기업 및 연구자와 직접 접점을 넓히는 구조다.
화면 속 AI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피지컬 AI다. 이는 AI가 디지털 공간에서 정보를 생성하거나 분석하는 데 머물지 않고, 로봇과 같은 물리적 장치를 통해 현실 공간에서 이동하고 작업하는 흐름을 뜻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로보틱스랩은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와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를 소개한다. 국내외 스타트업 80개 회사도 각자의 혁신 기술을 전시하며, 세계 11개 국가의 18개 기관과 대기업·벤처캐피털·콘텐츠 기업이 별도 전시관을 꾸린다.
이 구성은 한국의 AI 산업이 모델 성능 경쟁만이 아니라 제조업, 모빌리티, 작업 보조와 같은 응용 영역으로 무게중심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동형 로봇 플랫폼과 착용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소개된다는 점은 피지컬 AI의 적용 범위가 하나의 제품군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스타트업에는 기술을 보여주는 전시장이면서 동시에 대기업의 산업 경험, 투자자의 자본, 해외 기관의 시장 연결 능력을 한 자리에서 확인하는 실험장이 되는 셈이다.
1대1 만남으로 좁히는 기술과 시장의 거리
트라이 에브리싱은 대규모 강연보다 실제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남에도 비중을 둔다. 국내외 벤처캐피털과 액셀러레이터, 대기업과 중견기업, 글로벌 진출 지원 기관이 스타트업을 만나는 일대일 현장 밋업이 진행된다. 미국·유럽·아시아의 정부와 도시, 창업지원 기관, 글로벌 벤처캐피털도 해외 진출과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자금과 고객, 해외 협력기관을 각각 찾아다니는 부담을 줄이고 한 장소에서 접점을 만들도록 설계된 구조로 평가된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크리스틴 데이비스 상무부 부장관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의 크리스티안 예르반 부시장도 참석해 글로벌 혁신 생태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국가와 도시 단위의 창업지원 주체가 참여한다는 점은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단순한 제품 수출에 그치지 않고 현지 네트워크와 지원 체계에 연결되는 과정임을 드러낸다. 서울이 기업과 투자자뿐 아니라 해외 공공기관까지 묶는 연결 지점으로 기능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행사의 사업적 가능성은 지난해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트라이 에브리싱에는 7천729명이 참가했고, 1천809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기록은 축제의 성과를 방문객 규모로만 평가하기보다 실제 자본 연결 여부로 측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는 AI와 피지컬 AI를 전면에 배치하고 투자·기술 협력·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을 강화한 만큼, 기술 시연 이후 협업 논의가 얼마나 구체화되는지가 행사의 실질적 성과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 축제와 시민 참여를 하나의 생태계로
초기 기업을 위한 경쟁 무대도 마련된다. 창업 경진대회 ‘서울 유니콘 챌린지’에서는 선발된 스타트업 7개가 10일 최종 경연을 펼친다. 총상금은 1억2천만원이며 서울시장상과 서울창업허브 입주 연계 기회가 주어진다. 단순한 기술 발표를 넘어 상금, 공간, 투자자와의 만남을 결합해 성장의 다음 단계로 연결하려는 프로그램이다. 행사 참여 신청은 8일 오후 6시까지 공식 웹사이트에서 받으며, 9일과 10일 행사 기간에는 현장 등록도 가능하다.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만을 위한 폐쇄적 행사에 머물지 않도록 시민 체험 요소도 배치된다. AI와 미래 기술에 관심 있는 시민을 위해 서울시 홍보대사인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특별 부스와 참여형 이벤트가 운영된다. 전재명 서울시 경제일자리기획관은 올해 행사가 AI와 피지컬 AI 등 미래산업의 변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투자와 기술 협력, 글로벌 진출 기회까지 찾도록 프로그램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기술 전시와 대중문화 콘텐츠를 함께 구성한 것은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넓히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트라이 에브리싱 2026은 한국 AI 산업의 경쟁력을 하나의 모델이나 기업이 아니라 연구자, 스타트업, 제조 대기업, 투자자, 해외 도시와 시민이 연결되는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세계 각국의 참가자에게 이번 서울 행사가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의 AI가 화면 속 서비스에서 현실의 로봇과 산업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 그리고 그 기술이 글로벌 자본과 시장을 만나는 현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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