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곡으로 다시 연 10년의 문
6일 가수 임영웅의 데뷔 10주년 콘서트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 2’가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사흘 일정의 마지막 날을 맞는다. 지난 4일 시작된 이번 공연은 약 9만5천명의 관객을 동원한다고 소속사 물고기뮤직이 밝혔다. 연합뉴스가 5일 전한 공연 현장에서는 하늘색 응원봉과 티셔츠로 객석을 채운 팬덤 ‘영웅시대’가 거대한 스타디움을 임영웅의 상징색으로 물들였다. 숫자만 큰 공연이 아니라 가수의 출발점과 현재를 한 무대에 겹쳐 놓은 10주년 축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선명하다.
첫 곡은 2016년 발표한 데뷔곡 ‘미워요’였다. 임영웅은 10년 전을 떠올리며 다시 데뷔한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팬을 만나러 가는 길이 설렌다는 뜻을 전했다. 대형 경기장 공연의 시작을 최신 히트곡이나 화려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자신의 첫 노래에 맡긴 구성은 10주년의 메시지를 압축한다. 관객에게는 함께 지나온 시간을 되짚는 장면이 되고, 가수에게는 지금의 규모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확인하는 선언이 된다.
임영웅은 “특별한 날에 특별한 곳에서 누구보다 특별한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게 돼 영광이고 행복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4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이어 두 번째 스타디움 규모 공연에 오른 그는 데뷔곡을 선택한 이유도 직접 설명했다. 이는 10주년을 단순한 기념 숫자로 소비하기보다 무대의 순서와 노래의 맥락으로 보여주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스타디움의 압도적인 크기 속에서도 공연의 중심을 가수와 팬이 쌓아온 기억에 둔 것이다.
히트곡과 새 앨범을 잇는 거대한 쇼케이스
이번 콘서트의 또 다른 핵심은 오는 8일 발매되는 스페셜 디지털 앨범 ‘아임 히어로 10’이다. 임영웅은 앨범에 실리는 10곡 전곡을 정식 발매에 앞서 무대에서 선보였다. 한두 곡을 미리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 새 앨범 전체를 스타디움 관객과 먼저 나눈 셈이다. 공연이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기념식에 머무르지 않고 다음 활동을 여는 출발점으로 설계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팬들은 음원으로 노래를 듣기 전 라이브의 호흡과 무대 연출을 통해 신곡의 첫인상을 완성하게 됐다.
‘사랑은 늘 도망가’, ‘모래 알갱이’, ‘순간을 영원처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등 기존 히트곡도 공연의 흐름을 단단히 받쳤다. ‘무지개’에서는 댄서들과 안무를 소화했고, ‘다시 만날 수 있을까’에서는 강한 가창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커버곡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까지 더하며 노래 중심의 무대와 움직임이 강조된 장면을 교차시켰다. 익숙한 곡을 기다린 관객과 새로운 음악을 먼저 만나려는 관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구성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임영웅은 첫날 공연으로 목이 완전히 풀렸다며 좋은 컨디션으로 새 앨범의 모든 곡을 들려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발매 직전의 전곡 공개는 신곡을 설명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곡 제목이나 음원 정보만 제시하는 대신 실제 목소리와 관객 반응, 무대의 분위기를 한꺼번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10주년 앨범과 스타디움 공연을 맞물리게 한 구성은 과거의 성과를 정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음악으로 시선을 이동시키는 연결 장치로 분석된다.
워터스크린·불꽃·드론, 규모를 감정으로 바꾸다
고양종합운동장의 넓은 공간은 다양한 무대 장치로 채워졌다. ‘인생찬가’에서는 워터스크린이 활용됐고, ‘히어로’ 무대에는 불꽃놀이가 더해졌다. 하늘을 수놓은 드론쇼도 공연의 장관을 만들었다. 이 장치들은 단순히 무대가 크다는 사실을 과시하기보다 노래가 가진 정서적 고조를 먼 객석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작은 공연장과 달리 가수의 표정과 몸짓이 직접 닿기 어려운 스타디움에서는 빛과 물, 불꽃처럼 멀리서도 읽히는 시각 언어가 관객의 몰입을 이어주는 핵심 요소가 된다.
동시에 공연은 거대한 연출만 바라보게 하지 않았다. 임영웅은 이동차를 이용해 관객 가까이 다가갔고, 그라운드석 뒤편까지 돌출무대를 설치해 무대와 객석의 물리적 거리를 줄였다. 약 9만5천명이 함께하는 사흘 공연에서 친밀감을 유지하려면 규모와 접근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드론과 불꽃이 공동의 장면을 만든다면 이동차와 돌출무대는 각 구역의 관객에게 ‘가수가 나를 향해 온다’는 경험을 제공한다. 스타디움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대형 공연이 쉽게 빠질 수 있는 거리감을 보완한 방식이다.
객석의 하늘색 역시 공연을 완성한 중요한 무대 요소였다. 응원봉을 든 팬뿐 아니라 하늘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부부 관객까지 등장하면서 팬덤의 상징은 개인 소지품을 넘어 경기장 전체의 풍경으로 확장됐다. 가수가 준비한 장치와 팬이 자발적으로 만든 색채가 합쳐질 때 스타디움은 단순한 관람 공간에서 공동체의 기억을 생산하는 장소로 바뀐다. 10주년 공연의 주인공이 무대 위 임영웅 한 사람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의 노래를 지지해온 영웅시대라는 메시지도 이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10주년의 결산보다 ‘두 번째 데뷔’에 가까운 무대
이번 공연은 임영웅이 올해 2월 부산 공연 이후 7개월 만에 선보인 새 콘서트이자, 2024년에 이은 두 번째 스타디움 도전이다. 그러나 10주년이라는 시간, 데뷔곡으로 시작한 순서, 발매를 앞둔 앨범의 10곡 전곡 공개를 함께 놓고 보면 성격은 회고보다 재출발에 가깝다. 과거의 대표곡과 지금의 가창, 앞으로 공개될 음악이 한 공연 안에서 이어지면서 임영웅의 활동 궤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밝힌 “다시 데뷔한다는 마음”은 수사가 아니라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기획 방향으로 읽힌다.
고양 스타디움에 모인 관객은 데뷔곡을 함께 되새기는 동시에 아직 정식 발매되지 않은 노래의 첫 무대를 지켜봤다. 가수는 지난 시간을 팬에게 돌려주고, 팬은 응원색과 함성으로 새로운 출발에 힘을 보탰다. 이것이 이번 공연이 가진 가장 뚜렷한 힘이다. 세계의 음악 팬에게도 흥미로운 지점은 분명하다. 한국의 한 가수가 10년의 서사를 노래와 팬 컬처, 대형 무대 기술로 결합해 약 9만5천명이 공유하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