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자를 가른 여당의 대응
더불어민주당이 4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사실상 분리해 대응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가 전한 당내 분위기를 보면 민주당은 신약 관련 청탁 의혹으로 비판받는 김 후보자에게는 공개적인 방어막을 쳤지만, 용 후보자에 대해서는 공식 엄호를 자제했다. 같은 인사청문 국면에 놓인 장관 후보자들이지만 당이 감수해야 할 정치적 부담과 방어 논리가 서로 다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차이는 4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명하게 나타났다. 한병도 원내대표 등을 중심으로 김 후보자를 지원하는 발언이 나온 반면 용 후보자에 대한 공개 언급은 없었다. 민주당은 용 후보자와 관련한 별도 논평도 내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당의 정치적 신뢰까지 걸고 대응하지는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민주당이 두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 배경에는 소속 정당의 차이도 있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이 직접 방어할 정치적 이유가 분명하지만 용 후보자는 민주당 소속이 아니다. 당 지도부로서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면서도 다른 정당 소속 후보자의 논란까지 전면적으로 떠안을 필요가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공개 발언을 줄이는 방식은 명시적 반대와 적극적 지지 사이에서 선택한 정치적 거리 조절에 가깝다.
20대 25%, 30대 31%가 던진 경고
민주당이 특히 민감하게 바라보는 지점은 20대와 30대의 반응이다.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0%를 기록해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20대 지지율은 처음으로 20%대인 25%를 기록했고, 30대 지지율도 31%로 떨어졌다. 여당 내부에서는 인사 논란과 젊은 세대의 민심 이반이 맞물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용 후보자를 둘러싼 이른바 ‘벼락 출세’와 ‘이중삼중 특혜’ 논란은 단순한 개인 검증을 넘어 공정성과 기회의 문제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 표현은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제기한 것이다. 특히 20대와 30대는 인사의 절차와 기준, 공직 후보자가 얻는 정치적 기회를 민감하게 평가하는 유권자층으로 해석된다. 후보자 개인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까지 여당이 함께 감당하게 되면 지지율 하락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수치가 곧바로 특정 후보자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 시점에 인사 문제가 부각됐다는 점은 여당에 부담이다. 숫자의 절대값보다 중요한 것은 하락이 집중된 세대다. 민주당이 용 후보자에 대한 공개 엄호를 거둔 것은 논란의 사실관계뿐 아니라 젊은 층이 이번 인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까지 살피는 위험 관리로 평가된다.
통합 카드가 오히려 넓힌 부담
용 후보자 발탁은 진보 진영의 통합을 염두에 둔 인사로 설명돼 왔지만, 현재의 정치적 효과는 기대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정의당 등 진보 진영뿐 아니라 여성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평등과 가족 정책을 담당할 장관 후보자가 관련 진영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인사의 상징성과 정책 추진 명분 모두 약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에서는 자진 사퇴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공개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후보자가 빨리 장관 후보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하며, 임명될 경우 20대와 30대 지지율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이는 아직 당론이나 지도부의 공식 요구는 아니다. 그러나 중진 의원이 지지율을 직접 언급했다는 사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청문회 대응을 넘어 국정 운영의 정치적 기반과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용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 논란을 조기에 정리할 수 있지만, 그 결정 자체가 인선 실패를 인정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지명을 유지하면 대통령의 인사권은 지킬 수 있으나 젊은 세대와 진보 진영 내부의 비판을 계속 감수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다. 여당이 후보자와 거리를 두면서도 공식 사퇴 요구까지 나아가지 않는 이유도 이처럼 선택의 부담이 대통령과 후보자, 여당 사이에 나뉘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사권 존중과 정치적 책임의 경계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선택한 후보자를 여당이 청문회 전에 공개적으로 퇴진시키려 할 경우 인사권 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여당은 국정 지지율과 선거 기반에 영향을 주는 인사 논란을 외면하기 어렵다. 침묵에 가까운 거리 두기는 두 원칙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나온 절충적 대응이다.
한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현재 당이 사퇴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후보자가 의원직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결정하기를 바라는 의견이 당내에 있지만, 소속 정당이 다른 만큼 최종 판단은 본인의 몫이라는 취지다. 이 발언은 민주당이 원하는 정치적 출구와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 사이에 간격이 있음을 드러낸다. 당이 직접 결론을 내리기보다 후보자의 결단을 기다리는 분위기가 형성된 배경이다.
앞으로의 핵심은 민주당의 침묵이 일시적 관망으로 끝날지, 사실상의 철회 압박으로 굳어질지에 있다. 현재 확인된 것은 공개 엄호가 사라졌고 당내에서 자진 사퇴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점까지다. 사퇴나 임명에 관한 결정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이번 사안은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의 인사권, 연립적 성격의 인재 발탁, 여당의 지지율 관리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준다. 글로벌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지점은 한 명의 장관 후보자 논란이 세대별 신뢰와 정부의 통합 전략, 집권 세력의 책임 구조를 동시에 시험하고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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