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장관, 마닐라서 한반도 비핵화·대북 공조 재확인

한미일 외교장관, 마닐라서 한반도 비핵화·대북 공조 재확인

마닐라에서 재확인된 한미일 외교 공조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대북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세 장관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회담했으며, 불과 2주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여 세 나라의 단합된 메시지 발신을 강조했다.

이번 회담의 의제는 북한 문제에만 머물지 않았다. 세 장관은 3국의 국방 협력과 해양 안보 강화, 에너지 안보 증진, 사이버 위협 대응,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반의 평화와 안정 증진을 함께 논의했다. 안보와 경제, 기술 영역이 서로 연결되는 국제 환경에서 한미일 협력의 범위를 복합적인 지역 질서 전반으로 확장하려는 흐름이 드러난다.

한국 외교부는 대한민국의 대외정책과 국제관계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조현 장관이 미국과 일본의 외교 수장과 아세안 관련 회의 현장에서 협의를 진행한 것은 한국 외교가 한반도 문제와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현안을 연결해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정 국가를 향한 강경한 표현보다 국제법과 해양 안보, 대화와 외교의 원칙을 전면에 배치한 점도 이번 한국 측 메시지의 특징이다.

비핵화와 대화를 함께 제시한 대북 접근

세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대북 정책과 관련해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비핵화라는 목표와 외교적 해법을 같은 회담 결과 안에 담았다는 점에서 억제와 관여를 분리하지 않는 접근으로 분석된다.

미국 국무부는 한미일 외교장관이 북한에 대한 통일된 접근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 설명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뿐 아니라 북한의 사이버 위협과 불법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공동 대응,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향한 공동의 약속도 포함됐다. 북한 문제를 군사·핵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사이버 공간과 불법 활동, 인도적 성격의 현안까지 포괄한 것이다.

세 나라가 강조한 ‘통일된 접근’은 모든 표현과 정책 수단을 똑같이 맞춘다는 의미라기보다 핵심 원칙에서 이견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신호로 읽힌다. 실제로 이번 발표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공조 강화,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공통분모가 선명하게 제시됐다. 동시에 각국 발표문이 강조한 세부 항목에는 차이가 있어, 공동 목표 아래에서도 각자의 외교적 언어와 우선순위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회담을 설명하는 서로 다른 외교 언어

이번 회담에서 주목되는 지점은 세 나라가 단합을 강조하면서도 중국과 북한을 언급하는 방식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일본 외무성은 각각 회담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하나의 회담을 놓고도 각국이 자국의 외교적 판단과 독자를 고려해 표현의 강도와 초점을 조정한 셈이다.

한국 외교부는 세 장관이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포함해 역내 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 해양의 합법적 이용, 유엔해양법협약에 반영된 국제법 준수와 해양 안보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를 직접 지목하기보다 적용해야 할 국제적 원칙과 허용될 수 없는 행동의 기준을 제시한 표현이다.

이 같은 문장은 한국이 세 나라의 전략적 공조에 참여하면서도 외교 메시지의 중심을 국제법과 규범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접적인 비판보다 항행의 자유, 상공 비행의 자유, 해양의 합법적 이용을 앞세우면 메시지의 적용 범위를 특정 양자 관계에 가두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공동 대응의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역내 여러 국가와 대화할 수 있는 외교 공간을 남기려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인도·태평양 질서와 동남아시아의 위치

회담 장소가 필리핀 마닐라였고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열렸다는 점은 이번 논의의 지리적 범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세 장관은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반의 평화와 안정 증진을 의제로 올렸다. 한반도 안보가 동북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 넓은 해양 질서와 국제 규범의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한국 측 발표에서 동남아시아가 명시적으로 언급된 것도 의미가 있다.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 해양의 합법적 이용은 국가 간 교류와 이동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세 나라가 유엔해양법협약에 반영된 국제법 준수를 강조한 것은 역내 갈등을 힘의 우위만으로 다루지 않고 공통의 규칙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특히 해양 안보가 국방 협력과 별도의 핵심 의제로 제시된 점이 눈에 띈다. 이번 자료에는 구체적인 신규 조치나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세 나라가 해양 안보 강화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는 사실 자체는 협력의 방향을 보여준다. 한국으로서는 한반도 문제에 집중하면서도 동남아시아와 인도·태평양의 안정에 기여하는 국가라는 외교적 역할을 함께 부각하는 효과가 있다.

국방·에너지·사이버를 묶은 복합 안보

한미일 외교장관이 국방 협력과 에너지 안보, 사이버 위협 대응을 한 회의의 주요 의제로 다룬 것은 오늘날 안보의 범위가 군사 문제를 넘어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세 영역은 각기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국가의 안정성과 외교적 대응 능력을 좌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회담은 전통적 안보와 비전통적 안보를 하나의 협력 구조 안에서 다루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북한과 관련해서도 이러한 복합 안보 관점이 확인된다. 미국 측 발표는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사이버 위협과 불법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공조를 강조했다. 이는 한미일이 북한 문제를 핵과 군사적 긴장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세 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함께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뜻한다.

에너지 안보가 회담 의제에 포함된 사실도 협력의 외연을 보여준다. 다만 제공된 발표에는 에너지 분야의 구체적인 사업이나 합의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의미는 새로운 정책이 확정됐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세 나라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필요한 주요 분야를 공동 의제로 관리하고 외교장관 차원에서 협력 의지를 유지했다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한국 외교가 선택한 규범 중심의 균형

한국의 발표문은 한미일 공조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자극적인 표현보다 보편적인 국제 규범을 앞세웠다. 현상의 일방적 변경 시도에 반대하고 유엔해양법협약에 반영된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설명은 한국이 어떤 원칙을 지지하는지 분명히 보여준다. 동시에 특정 국가를 직접 거론하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절제해 외교적 대응의 폭을 확보했다.

이러한 균형은 세 나라의 메시지가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과도 연결된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사이버 위협, 불법 활동, 납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한국은 해양의 합법적 이용과 국제법 준수,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에 무게를 뒀다. 강조점의 차이는 공조의 약화라기보다 각국이 처한 외교적 환경과 역할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공통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대화의 가능성을 닫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회담 결과에는 비핵화와 대북 공조 강화뿐 아니라 대화와 외교를 통한 평화·안정 유지가 함께 명시됐다. 강한 공동 대응과 외교적 해결의 통로가 동시에 언급됐다는 점은 한국이 한반도 당사국으로서 안보와 긴장 관리라는 두 과제를 함께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합의 지속성과 앞으로의 관전점

세 외교장관이 2주 만에 다시 만났다는 사실은 한미일 협의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번 마닐라 회담에서 세 나라는 한반도 비핵화, 대북 정책 공조, 국방 협력, 해양 안보, 에너지 안보, 사이버 위협 대응을 폭넓게 다뤘다. 의제의 범위만 놓고 보면 3국 협력이 특정 위기에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질서를 함께 논의하는 구조로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다만 이번 자료에서 확인되는 것은 원칙과 협력 의지이며, 새로운 정책이나 구체적인 실행 일정이 확정됐다는 내용은 아니다. 향후에는 세 나라가 재확인한 원칙을 각 분야에서 어떻게 구체화하는지, 그리고 서로 다른 발표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대북 접근과 역내 안정 문제에서 얼마나 일관된 행동을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단합된 메시지의 실질적 힘은 표현 자체보다 후속 공조의 지속성에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독자에게 이번 한국의 외교 행보가 흥미로운 이유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인도·태평양의 해양 질서, 사이버 위협, 에너지 안보가 하나의 외교 무대에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일본과 공동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국제법과 대화, 외교를 강조하는 자체 언어를 유지했다. 마닐라 회담은 한국이 한반도의 직접 당사자를 넘어 더 넓은 지역의 평화와 규범 형성에 참여하려는 모습을 보여준 장면으로 평가된다.

출처

· 中 겨냥 '대만해협·ICBM' 직접 거론한 美…韓日은 우회 비판만 (연합뉴스)

· 한미일외교, 한반도 비핵화 재확인…美 "3국, 대만해협 중요성 강조"(종합2보) (연합뉴스)

· 명태균 연락처 먼저 물어본 오세훈…5번 여론조사 유죄 근거는(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