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40%와 핵심 지지층 결집 행보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사회 개혁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하루 전에는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만나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정년 연장 문제 등을 논의했다. 연합뉴스는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내려간 상황에서 이어진 이 같은 움직임을 진보 진영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행보로 전했다.
한국갤럽이 4일 발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0%로 집계됐다.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성인 1천1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조사원이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였고 접촉률은 47.4%, 응답률은 10.9%였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8월 넷째 주 조사보다 2%포인트 떨어지면서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통령의 최근 일정과 인선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면 우선순위가 분명해진다.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광범위한 외연 확장보다 전통적 지지 기반과의 관계를 먼저 다지고,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국정 논의의 주요 파트너로 다시 부각하는 방식이다.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국정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정치적 기반을 안정시키려는 선택으로 분석된다.
시민사회·노동계·인사를 잇는 세 축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한국진보연대 등 참석자들에게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사회 대개혁에도 시민사회 단체들의 몫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의견 청취를 넘어 개혁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담당할 역할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발언이다. 대통령이 사회 대개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정책 추진의 동력과 정당성을 정부 내부에만 두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함께 드러냈다고 평가된다.
노동계와의 만남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한국의 양대 노동조합 연합체다. 이 대통령이 두 조직의 위원장을 함께 만나 대형 국정 프로젝트와 정년 연장 문제를 논의한 것은 노동 의제를 지지층 관리 차원에만 가두기보다 국정 운영의 핵심 과제로 다루려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다만 만남 자체가 정책 성과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실제 평가는 논의가 얼마나 구체적인 조정과 실행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인사에서도 비슷한 방향성이 나타난다. 이 대통령은 최근 개각에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고, 이해민 조국혁신당 전 의원을 청와대 인공지능 미래기획수석비서관으로 발탁했다. 지난달 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 등 신임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는 그동안 진보 진영을 충분히 챙기지 못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 노동계, 인사를 잇는 일련의 선택이 우연히 겹쳤다기보다 정치적 기반을 재정비하려는 연속된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결집 전략이 곧바로 반등을 보장하지 않는 이유
핵심 지지층을 다시 결속시키는 전략에는 분명한 정치적 논리가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의제를 추진할 수 있는 힘과 연결되고, 전통적 지지층은 여론이 흔들릴 때 방어선 역할을 한다. 특히 개혁 과제를 추진하려면 정부의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현장 조직력과 사회적 발언권을 가진 노동계·시민사회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과의 접촉을 늘리는 것은 지지층에 정부가 기존의 약속과 정체성을 잊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내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인사와 소통 행보만으로 여론이 즉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준다. 용 후보자 지명과 진보 진영을 향한 연속적인 메시지가 나온 가운데서도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개각에 대한 기대가 곧바로 긍정적 평가로 연결되지 않았고, 핵심층 결집 시도가 전체 국정 평가의 하락 흐름을 아직 되돌리지 못한 셈이다. 지지층에 보내는 정치적 신호와 국민이 체감하는 국정 성과 사이에는 간격이 존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결집의 범위라는 과제도 있다. 전통적 지지층을 안정시키는 일은 반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폭넓은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정 진영을 향한 메시지가 강해질수록 정부가 해결하려는 의제의 보편성과 실행 가능성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요구를 경청하면서도 그 논의가 전체 국민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 뒤따라야 결집 전략이 국정 신뢰 회복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분석된다.
대화의 상징성보다 결과가 중요한 국면
현재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만남의 횟수보다 대화의 결과를 분명하게 만드는 일로 평가된다. 시민사회에 사회 대개혁의 역할을 요청했다면 어떤 의제를 어떤 방식으로 논의할지 보여줘야 하고, 양대 노동조합과 정년 연장을 논의했다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부의 기준과 절차가 중요해진다. 인사 역시 진영을 향한 상징적 신호에 머무르지 않고 각 인물이 맡은 분야에서 어떤 역량을 발휘하는지로 평가받게 된다.
지지율 40%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사라졌다는 뜻도, 반전이 확정됐다는 뜻도 아니다. 한국갤럽 조사에는 ±3.1%포인트의 표본오차가 있으며 한 차례의 수치만으로 장기 추세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직전 조사보다 하락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대통령실이 현재의 흐름을 엄중하게 바라볼 이유가 된다. 핵심층 결속, 정책 성과, 인사의 설득력 가운데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세 요소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 이번 국면의 핵심이다.
이번 행보는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에 대응할 때 전통적 지지 기반과의 관계를 어떻게 복원하고, 이를 더 넓은 국정 신뢰로 전환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지점은 한국 정부의 정책 지속성과 개혁 추진력이 결국 시민사회·노동계와의 대화를 실질적인 결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