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용산공원 주택 공급 활용 검토…서울시는 녹지 보전 입장

국토부, 용산공원 주택 공급 활용 검토…서울시는 녹지 보전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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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에서 마주친 주택과 녹지의 두 가치

14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뿐 아니라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중앙정부는 어린이정원 등 활용 가능한 부지를 도심 주택 공급의 선택지로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용산공원을 후대에 물려줄 도심 녹지로 보고 주택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15일 현재 양측의 견해차는 서울 중심부의 제한된 공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라는 도시계획의 핵심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의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정부는 주택 공급 가능성을 우선 검토하고, 서울시는 공원이 지닌 녹지 가치를 지키려 한다. 그러나 대상지가 용산공원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가볍지 않다. 한쪽에는 주거 공간을 도심 안에서 확보하려는 정책적 요구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넓은 녹지를 미래 세대에 남겨야 한다는 도시적 판단이 놓여 있다. 어느 가치도 쉽게 제외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 입장차는 공급 물량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이 앞으로 어떤 공간 구조를 선택할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분석된다.

중요한 점은 현재 제시된 내용이 주택 공급의 확정안이 아니라 검토 입장이라는 사실이다. 제공된 자료에는 공급 규모나 주택 유형, 대상 구역, 추진 일정이 담겨 있지 않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특정한 개발 모습을 단정하기보다, 정부가 검토 범위를 어린이정원에 한정하지 않고 용산공원 전체로 넓혀 바라보고 있다는 점과 서울시가 그 전제 자체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도심 공급 논리와 공원 보전 논리

정부의 관점에서 용산공원은 도심 주택 공급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김 장관이 어린이정원을 넘어 공원 전체를 언급한 것은 활용 가능한 일부 부지를 찾는 수준보다 폭넓게 선택지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검토 대상이 넓다는 사실이 곧 전체 부지의 주택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확인되는 핵심은 국토교통부가 용산공원을 공급 논의에서 미리 제외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데 있다.

서울시의 논리는 공간의 현재 용도보다 장기적 성격에 무게를 둔다. 용산공원을 후대에 물려줄 도심 녹지로 규정하면, 이 부지는 필요에 따라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있는 일반적인 가용지가 아니라 보전해야 할 도시 자산이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시각차는 결국 같은 땅을 ‘주택을 담을 가능성이 있는 부지’로 볼 것인지, ‘다른 기능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녹지’로 볼 것인지에서 갈린다.

이 대립은 주택과 공원 가운데 하나만 중요하다는 선택으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주택 공급은 도시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고, 공원 보전은 그 사람들이 누릴 환경과 도시의 장기적 형태를 결정하는 일이다. 분석적으로 보면 용산공원 논의의 난점은 두 가치가 모두 시민의 삶과 연결돼 있다는 데 있다. 공급을 강조할수록 녹지 보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고, 보전을 강조할수록 도심 주거 수요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가 질문으로 남는다.

계획의 숫자보다 먼저 필요한 공간 원칙

현재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공급 규모나 배치안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논의의 초점은 숫자보다 원칙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먼저 확인돼야 할 것은 정부가 말하는 ‘활용’의 범위다. 어린이정원 등 일부 활용 가능한 곳을 검토하는 것과 공원 전체를 하나의 공급 후보지로 평가하는 것은 공간계획상 서로 다른 접근이다. 김윤덕 장관이 14일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향후 협의에서는 검토 범위와 실제 활용 범위를 구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평가된다.

서울시 역시 반대 입장의 근거를 도심 녹지의 미래 가치에 두고 있다. 이는 건축 가능 여부만 따지는 기술적 논의와는 결이 다르다. 공원의 성격을 먼저 확립한 뒤 다른 기능의 수용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부 입장에서는 도심 안에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공간의 용도를 고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볼 수 있다. 양측은 같은 부지를 바라보지만 판단의 순서를 달리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 협의가 원만히 진행될지는 이 판단 순서를 얼마나 조정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분석된다. 공급을 먼저 전제한 뒤 남는 녹지를 논의할지, 녹지 보전을 먼저 전제한 뒤 제한적인 활용 가능성을 살필지에 따라 결론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아직 확정된 계획이 없는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결론을 앞세우는 일이 아니라, 주택 공급 검토와 공원 보전 원칙이 각각 어디까지 적용되는지를 투명하게 제시하는 과정이다.

용산의 선택이 보여줄 서울의 도시 철학

이번 사안은 중앙정부와 서울시 사이의 단순한 의견 충돌을 넘어선다. 국토교통부는 국가 차원의 주택 공급 가능성을 바라보고, 서울시는 도시 차원의 녹지 보전 책임을 강조한다. 관할과 역할이 다른 두 기관이 같은 공간에 서로 다른 우선순위를 적용하면서, 용산공원은 한국의 주택정책과 도시계획이 만나는 상징적인 시험대가 되고 있다. 어느 방향이든 충분한 설명 없이 추진된다면 다른 가치가 소홀히 다뤄졌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도시 부동산의 가치는 건축물의 수나 공급량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주거 공간과 공공 녹지가 어떤 관계를 이루는지, 시민이 그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고 다음 세대에 어떤 도시를 넘겨줄지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이번 논의에서 서울시가 ‘후대에 물려줄 녹지’를 강조한 이유와 정부가 도심 공급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서로 반대편에 있지만, 모두 도시의 장기적 효용을 말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15일 현재 용산공원의 주택 공급은 결정된 사업이 아니라 정부의 검토와 서울시의 반대가 맞서는 단계다. 앞으로의 핵심도 성급한 결론보다 공간의 범위, 활용 원칙, 녹지의 성격을 얼마나 명료하게 정리하느냐에 있다. 세계의 독자에게 이 논의가 흥미로운 이유는, 고밀도 대도시 서울이 주거 기회와 녹색 공간이라는 두 보편적 가치를 한정된 중심부 토지 위에서 어떻게 조화시킬지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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