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번 주 공개할 3분기 잠정실적에서 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처음으로 넘길 것이라는 증권가 관측이 모이고 있다. 이익 대부분을 메모리 반도체가 책임지는 사이 스마트폰·TV·가전을 맡은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2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예상돼 사업 축별 성적이 크게 갈릴 전망이다.
증권가 전망치 100조원대 초중반
4일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내놓은 3분기 전망치 평균(연결 기준)은 영업이익 108조1312억원, 매출 201조7276억원이다. 1년 전 같은 분기와 견주면 영업이익은 788.8%, 매출은 134.4% 불어난 규모로, 창사 이후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는 첫 사례가 된다. 잠정실적은 이르면 7일, 늦어도 8일 나올 예정이다.
집계 기관과 시점에 따라 수치는 조금씩 다르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한 달 새 보고서를 낸 8개 증권사 수치를 모은 결과는 영업이익 106조9887억원, 매출 200조2790억원이었다. 하루 앞선 3일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는 110조2803억원으로, 직전 분기 실적 89조4924억원보다 23%, 지난해 3분기 12조1661억원보다 806% 많았다. 같은 날 SK하이닉스 컨센서스 78조577억원과 더하면 두 회사 합계는 188조3380억원이다.
개별 증권사 가운데 하나증권은 108조원, IBK투자증권은 101조7000억원을 제시했다. 시장 기대가 다소 높다고 본 DS투자증권은 104조원을 내놨고, 이 회사가 예상한 SK하이닉스(70조원)와의 합산 174조원은 시장 컨센서스보다 약 14조원 적다. 전망이 현실이 되면 한 분기 이익만으로 지난해 1년 치 영업이익(43조6000억원)의 2.5배에 달하고, 상반기 146조7000억원을 합친 1~3분기 누적은 250조원을 웃돌게 된다.
DX 부문 2조원 안팎 적자 관측
DX 부문 사정은 정반대다. 2분기 8000억원이던 영업손실이 3분기에 더 불어날 것이라는 데 시장 의견이 모인다. 증권사 예상치는 2조원 안팎으로, 하나증권이 2조1000억원, 유진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각각 1조8000억원이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손실 폭이 1조원에서 1조3000억원 커지는 수준이다. 부품 원가 폭등과 마케팅 비용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중에서도 칩플레이션 충격을 정면으로 받은 MX 부문의 적자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갤럭시 Z 폴드8 시리즈 판매는 기대 이상이지만, 점유율을 확보하려고 가격을 크게 올리지 못한 점이 오히려 DX 손실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새 제품을 내놓으며 늘어난 판촉 부담도 MX 적자를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IBK투자증권은 MX·네트워크 사업부가 1조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 부진을 메워 줄 곳도 마땅치 않다. TV·가전 역시 적자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TV 시장은 수요가 늘어나는 속도가 느려졌고, 중국 TCL·하이센스는 자국 패널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대형·프리미엄 제품군까지 넘보고 있다. 이 때문에 메모리 값 인상분을 TV 판매가에 넘기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냉장고·세탁기 등 미국 수출 생활가전은 관세 부담도 떠안고 있어, 원가를 줄이고 판매를 늘리는 것만으로 이익을 되살리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3분기는 폴더블 신제품 출시 효과가 집중돼 MX사업부가 연간 수익을 방어하는 핵심 분기”라며 “최대 성수기인 3분기에조차 DX 부문이 2조원대 적자를 낼 경우 연말 판촉 경쟁이 심화되는 4분기 부담까지 겹쳐 연간 누적 흑자 달성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가격·HBM4가 끌어올린 반도체
이익의 원천은 사실상 메모리다. 하나증권은 메모리 부문 영업이익만 110조원으로 추정해 회사 전체 전망치(108조원)보다 크게 잡았고, IBK투자증권은 DS 부문 이익을 101조8000억원으로 계산했다. 업계가 보는 DS 부문 영업이익률은 70%대 중반이며, D램만 떼어 보면 80% 이상이다.
올해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 57조2000억원, 2분기 89조5000억원으로 두 번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HBM(고대역폭메모리)·서버용 D램 등 고부가 제품이 잘 팔린 덕이다.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의 연산 설비와 저장 공간을 함께 늘리면서 HBM, 서버용 D램, 기업용 SSD(eSSD) 어디서나 물량이 모자란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물량 부족은 가격으로 이어졌다. 트렌드포스 추정으로 범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2분기에 직전 분기보다 58~63%, 낸드플래시는 55~60% 뛰었다. 이 업체는 3분기 상승률을 D램 13~18%, 낸드플래시 10~15%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실제로 올린 D램·낸드플래시 값은 직전 분기 대비 약 15~18%였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2월부터 HBM4를 양산해 내보내기 시작한 삼성전자는 이후 고객사 납품 물량을 계속 늘리고 있다. 증권가는 3분기 HBM4 매출이 2분기의 3배 이상으로 늘고, 하반기 HBM 매출 중 HBM4 몫이 60%를 넘길 것으로 내다본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손실을 덜어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생산량과 가동률이 되살아나고 있고, 특히 4나노미터 공정 가동률이 오른 점이 근거로 꼽힌다. 이 공정에서는 HBM4의 전력·신호 제어를 맡는 기반 칩인 베이스 다이와 AI용 언어처리장치(LPU)를 만든다. HBM4 납품 증가와 엔비디아 추론용 LPU ‘그록(Groq)3’ 생산 확대가 맞물리면 실적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율 안정도 수익성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되며, 성과급 충당금을 제외하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
추정치 하향 요인과 성과급 변수
최근 일부 증권사는 눈높이를 낮췄다. BNK투자증권은 기존 114조7000억원이던 추정치를 108조5000억원으로 내렸고, SK하이닉스 전망도 76조4000억원에서 72조1000억원으로 조정했다. 배경으로는 원화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과 메모리 값 오름세가 무뎌진 점이 꼽힌다. 환율이 내려가면 해외 매출을 원화로 바꿀 때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메모리 값이 크게 뛰자 PC·스마트폰 일부 제품에서 메모리 탑재량을 덜어내려는 움직임도 수요 둔화 요인으로 거론된다.
비용 측면에서는 성과급이 걸려 있다. 2분기 비용에 빠졌던 성과급 일부가 3분기에 반영되면서 이익률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한다. 성과급은 국정감사 쟁점으로도 떠올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을 6일 산업통상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고, 성과급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하고 나누는지가 질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대외 여건은 비교적 우호적이다. 미국에서 2일(현지시간) 나온 9월 고용 지표가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자 금리 인상에 대한 걱정이 누그러졌고, 나스닥은 1.19% 상승했다. 다만 반도체에 기댄 구조는 나라 경제 전체에서도 드러난다. 9월 전체 수출 1209억4000만달러 가운데 절반 가까운 603억달러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반도체 이외 품목의 수출 증가율도 23%에 이르렀지만, 메모리라는 단일 품목의 값 움직임에 경기 판단이 크게 좌우되는 점은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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