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후폭풍 매듭…헌법재판소 9인 체제 정상화까지 8개월
2024년 12월 3일 밤 선포된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정치적 격랑이 8개월여 만에 일단락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파면됐고, 같은 해 6월 3일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돼 6월 4일 임기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싸고 여야와 대통령 권한대행 사이에 100일 넘게 이어졌던 파행도 지난 7월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임명되면서 마무리됐다. 계엄 선포 이후 한때 마비 위기에 놓였던 헌법재판소는 이로써 온전한 9인 체제를 갖추게 됐다.
재판관 공백 100일 넘게 이어진 파행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인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세 명을 선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같은 달 31일 정계선, 조한창 두 명만 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명을 보류했다. 이로 인해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가운데 1명이 공석인 상태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해야 했다.
국회 측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 보류가 국회의 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27일 최 권한대행의 임명 보류가 위헌이라며 전원일치로 국회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임명은 곧바로 이뤄지지 않다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다시 수행하게 된 이후인 4월 8일에야 마은혁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했다. 국회 선출로부터 104일 만이었다. 이로써 헌법재판소는 한 차례 한시적으로 9인 체제를 갖췄지만, 열흘 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다시 공석이 발생해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과 조기 대선
재판관 공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를 계속했다. 헌법재판소는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을 인용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지난해 12월 3일 심야에 선포된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으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 사례로 기록됐다.
대통령 파면에 따라 헌법이 정한 60일 이내 후임자를 선출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이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49.42%의 득표율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8.27%포인트 차로 앞서며 당선됐고, 6월 4일 오전 6시21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 확정과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 선서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환 헌재소장 임명으로 마무리된 9인 체제
대통령이 새로 취임한 이후에도 헌법재판소장 공석 문제는 남아 있었다. 2024년 11월 이후 헌법재판소는 소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는데, 이 상태가 8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재판부 구성의 불안정성이 지적돼 왔다. 국회는 7월 23일 본회의에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재적의원 다수인 206표 찬성으로 가결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서 헌법재판소는 비로소 소장을 포함한 완전한 9인 체제를 갖추게 됐다. 2024년 11월부터 이어진 8개월간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도 이날로 종료됐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헌법기관 구성원 임명 절차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선출된 재판관 임명을 장기간 보류한 것이 헌법재판소 기능에 실질적 공백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권한대행의 임명 재량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 중대사를 다루는 헌법기관일수록 구성 절차의 예측 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향후 과제
헌법재판소가 9인 체제를 회복하면서 각종 헌법소원과 권한쟁의심판 등 계류 사건 처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탄핵, 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갈등을 거치며 불거진 정치권의 신뢰 회복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헌법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계엄 사태의 형사적 책임을 가리는 절차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12일 조은석 변호사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 및 외환 혐의를 수사할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특검팀은 이후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12월 수사를 마무리하고 종합적인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도 매주 정기적으로 재판 기일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계엄 사태를 둘러싼 사법적 매듭짓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안정된 헌법재판소 구성이 이러한 국정 현안에 대한 사법적 판단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