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LS 판매 급증에 은행주 하락세… “변동성 확대 가능성” 경고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하반기 들어 주춤해진 가운데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단기간에 급증하고, 은행주는 정부의 금융권 압박 기조 속에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7월부터 8월 8일까지 한 달여간 국내 ELS 발행액은 5조8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상반기 전체 발행액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가 한 달여 만에 판매된 것으로, 증시 변동성 확대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좇아 ELS로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ELS는 코스피200,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등 특정 기초자산의 가격이 사전에 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시장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수요가 이어져 왔다. 다만 기초자산이 정해진 하한선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상품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비중이 그동안 집중됐던 2차전지 관련 종목을 넘어 다른 업종으로 확산하고 있어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공매도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가 이어지면 증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주 일제 하락, 정부의 금융권 압박 기조 영향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던 은행주가 이달 들어 조정을 받고 있다. 8일 거래에서 KB금융, 카카오뱅크,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주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업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금융권의 이른바 이자놀이 관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이어,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통해 금융·보험업 교육세율을 구간별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압박이 가시화되면서 은행주 투자 매력도가 일시적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다만 은행들의 이익 체력과 자본 건전성이 견고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업계는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낮추고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 구조를 조정하는 한편, 정부가 요구한 소상공인 금융 지원 확대 등에도 협조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은행을 방문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대해 “8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부담을 덜었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은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용을 위한 최적의 정책조합을 모색하기로 했으며, 이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에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 건전성은 양호… 경상수지 역대 최대 흑자
대외 경제 지표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5년 7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13억30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11억3000만달러 늘었다. 외평채 신규 발행과 운용수익 증가가 반영된 결과로, 세계 10위권 수준의 외환보유액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지난달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14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품목과 의약품 수출 호조에 배당수지 개선까지 더해진 영향으로, 경상수지는 26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소비 회복세 등을 반영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잇달아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는 12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건설업 부진으로 낮은 생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소비 여건은 부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하반기 증시 전망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ELS 판매 급증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정부 정책 변화와 대외 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ELS 판매 급증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