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글로벌 상품 가격 전망, 2026년 6년 만에 최저 수준 예상
세계은행이 2026년 세계 상품 가격이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은행은 10월 28일 발표한 상품시장 전망(Commodity Markets Outlook) 보고서에서 2026년 세계 상품가격지수가 4년 연속 하락하며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큰 폭 하락이 지수 하락을 이끄는 가운데, 금속과 농산물 가격은 품목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은행 전망의 핵심 내용과 배경
세계은행에 따르면 세계 상품가격지수는 2025년과 2026년 각각 약 7%씩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2025년에 12% 떨어진 데 이어 2026년에도 추가로 10% 하락할 전망이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2025년 평균 배럴당 68달러에서 2026년에는 60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는 원유 가격만 놓고 보면 5년 만의 최저치에 해당한다. 세계은행은 유가 하락의 주된 배경으로 세계적인 원유 공급 과잉을 지목했다. 전 세계 원유 공급 과잉 규모는 2026년에 2020년 정점 대비 65%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보급 확대로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고 중국의 원유 소비마저 정체되는 상황이 겹치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산물 가격은 작황 개선과 비료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2025년에 6%가량 떨어진 뒤 2026년에는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금속 시장은 품목별로 온도차가 뚜렷하다. 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철광석 등 건설용 금속은 약세를 지속하는 반면, 구리와 알루미늄처럼 에너지 전환 수요와 맞물린 이른바 그린 금속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과 은 등 귀금속은 2025년 한 해에만 41% 급등했고,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요가 이어지면서 2026년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가격대를 유지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내다봤다.
세계은행의 정책 제언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보고서와 함께 낸 발표문에서 상품시장이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 하락이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에 기여했다면서도 이런 여건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국 정부는 이 기간을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경제를 기업 활동에 유리한 환경으로 만들며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유가가 개발도상국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는 재정 개혁을 추진할 적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용이 많이 드는 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면 인프라와 인적자본 등 일자리 창출과 장기 생산성 강화에 직결되는 분야에 재원을 투입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개혁이 지출 구조를 소비에서 투자로 전환해 재정 여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더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은 상품 가격 하락이 국가별로 상반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와 광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동, 아프리카 등 자원 수출국은 재정 수입 감소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에너지와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을 비롯한 자원 수입국들은 수입 물가 하락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과 소비자물가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제조업계에서도 원자재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특히 원유와 원자재 투입 비중이 큰 철강, 화학, 자동차 업종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거론된다. 다만 세계은행은 이번 하락세가 세계 경기 둔화와 맞물려 있는 만큼, 주요 교역국의 성장세 둔화가 수출 여건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상품 가격이 낮은 국면일수록 각국이 전략 비축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 등 중장기적 대응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