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금시장 해외 공급업체 참여 이미 허용…4월 18일부터 시행
한국거래소가 KRX금시장에 해외 금 제련업체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운영규정과 시행세칙 개정을 마쳤다. 거래소는 지난 3월 16일 런던귀금속협회(LBMA)가 인정하는 인수도적격금지금을 생산하는 외국 법인이 KRX금시장 자기매매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손질했다고 밝혔으며, 3월 31일 기준으로 개정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다. 개정된 규정은 오는 4월 1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국내 금 공급 구조에 실질적인 변화가 임박했다.
이번 조치는 국내외 금 가격 격차, 이른바 김치프리미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 금 실물 공급이 부족해 KRX금시장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최대 20%가량 비싸게 형성되는 현상이 지속되자, 거래소가 공급 주체를 넓히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미 결정된 사안임에도 시행을 앞두고 국내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무엇이 바뀌나: 회원 자격 요건에 외국 법인 추가
이번 개정의 핵심은 KRX금시장 운영규정 제13조, 즉 회원의 자격을 규정한 조항에 있다. 개정 후에는 런던귀금속협회가 인정하는 인수도적격금지금을 생산하는 외국 법인이 자기매매회원 자격 요건에 새롭게 포함됐다. 기존에 국내 회원사에 적용되던 최근 사업연도 매출 1억원 이상, 사회적 신용 등 국내용 검증 절차도 LBMA 인증을 받은 외국 법인에는 별도로 요구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설명에 따르면 이는 국제적으로 이미 검증된 인증 체계를 활용해 국내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려는 취지다. 글로벌 기준을 충족한 해외 제련업체가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면 KRX금시장에 직접 금을 공급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시행일인 4월 18일까지 세부 참여 절차와 실물 인도, 결제 방식에 대한 후속 지침이 정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련업계 “역차별” 반발
국내 정련·유통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국내 회원사에는 매출 요건과 사회적 신용 등 까다로운 검증 절차가 적용되는 반면, 해외 제련업체는 LBMA 인증만으로 별도의 생산량 요건이나 매출 요건 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 형평성 논란의 핵심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형 해외 제련업체가 국내 금 소매 유통시장까지 넘볼 경우 규모 면에서 국내 사업자가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거래소와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공급 기반이 넓어지면 국내외 가격 괴리가 줄고 투자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가격에 금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치프리미엄이 장기간 해소되지 않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누적돼 온 만큼, 공급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시행일이 다가올수록 국내 업계와 거래소 간 협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동성 확대가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까
공급 주체 확대의 기대 효과는 유동성 개선이다. 금 거래 수요가 특정 시점에 몰리면 국내 공급 주체만으로는 호가가 얇아질 수 있고, 이 경우 국제 시세와 국내 거래 가격 사이 괴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해외 제련업체 참여로 매물 기반이 넓어지면 거래 호가가 촘촘해지고 매수·매도 스프레드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유동성 확대가 곧바로 가격 안정으로 연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금은 주식처럼 전산상으로만 거래되는 자산이 아니라 실물 규격과 인도 체계가 결합된 시장이다. 공급 경로가 늘어도 인증과 결제 체계가 매끄럽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초기에는 오히려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품질 인증과 실물 인수도 관리가 관건
금시장에서는 순도, 규격, 실물 인수도 절차가 시장 신뢰의 핵심이다. 이번 개정으로 LBMA 인증을 받은 해외 제련업체가 참여하게 되면서, 국제 인증과 국내 거래소 규정을 어떻게 접목할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어떻게 가릴지가 실무적으로 중요해졌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거래 가격뿐 아니라 실물 인출 과정의 편의성과 비용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거래소 가격이 낮아지거나 유동성이 좋아져도 실제 인출 가능한 금의 규격과 수수료, 수령 절차가 복잡하면 투자자가 체감하는 효용은 제한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시행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거래-보관-인출 전 과정을 아우르는 세부 운영 지침을 얼마나 정교하게 마련하느냐가 제도 개편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투자자가 살펴야 할 체크포인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 제련업체 참여가 실제 거래 비용을 얼마나 낮출지를 가장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표면적인 금 가격뿐 아니라 매수·매도 스프레드, 인출 수수료, 보관 관련 비용이 종합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체감 비용이 낮아지지 않으면 투자 효율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환율 변수도 함께 봐야 한다. 금은 국제 가격과 원/달러 환율의 영향을 동시에 받기 때문에 공급 경로 변화만으로 국내 가격 안정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투자자들은 4월 18일 시행을 전후해 거래소가 공지하는 참여 자격, 인정 인증 기준, 결제 방식, 실물 인도 절차 등 세부 내용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전망
이번 조치는 시행일인 4월 18일을 기점으로 실제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시행 이후에도 해외 제련업체의 시장 참여 상황과 가격 괴리 완화 효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내 업계와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도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이번 개편의 성패는 공급 확대라는 목표와 국내 산업 기반 보호, 투자자 신뢰라는 세 가지 축을 얼마나 균형 있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