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 협력사 직원 7000명 직접고용 결정
포스코가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핵심 조업 지원 업무를 수행해온 협력사 현장 인력 7000명을 순차적으로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2026년 4월 7일 발표했다. 원청 대기업이 자회사를 통한 우회적 고용이 아니라 협력사 직원을 대규모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례적인 결정으로, 향후 국내 원·하청 고용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에 따르면 이번 직고용 대상은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제철 공정과 직접 연관된 조업 지원 업무를 담당해온 협력사 현장 직원들이다. 이들은 일정 기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포스코 소속 정규직으로 편입되며, 임금은 기존 정규직의 70% 이상 수준으로 책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직고용 규모 7000명은 포스코 전체 임직원 수 1만8000여 명의 약 40%에 해당하는 수치로, 단일 기업이 한 번에 결정한 직접고용 규모로는 이례적으로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15년 소송과 노란봉투법이 배경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2011년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있다. 협력사 직원들은 크레인을 이용한 코일 운반, 정비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원청이 만든 작업표준서와 전산 시스템에 따라 업무 지시를 받아온 만큼 사실상 포스코의 지휘·명령을 받는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2022년 7월 대법원은 1·2차 소송에서 협력사 노동자 59명에 대해 원고 승소를 확정했고, 이번 발표와 같은 달인 2026년 4월에는 3·4차 소송에서 215명에 대해 원고 승소가 추가로 확정되는 등 관련 소송이 15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아직 1177명이 참여한 8~10차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인 상태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 이른바 노란봉투법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대기업이 협력사 직원을 대규모로 직접고용하기로 한 것은 포스코가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원청의 사용자성과 책임 범위를 넓힌 노란봉투법 시행이 원·하청 소송 리스크를 안고 있던 대기업들의 셈법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노동계 반응과 향후 전망
포스코의 이번 결정을 두고는 환영과 우려가 함께 나온다. 오랜 기간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이어온 협력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직고용 대상과 임금 수준을 둘러싼 협력사·노조 간 사전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규직 편입 과정에서 임금과 근로조건을 둘러싼 세부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가 향후 관건으로 꼽힌다.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이 협력사 직원 직접고용에 나서면서 다른 제조업 대기업들도 유사한 소송과 직고용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완성차 업계 등 사내하청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는 이번 사례가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를 넓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노동계와 정부 역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첫 대규모 직고용 사례인 만큼 후속 정책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진행 중인 8~10차 소송의 결과와 협력사 직원들의 실제 처우 개선 여부에 따라 이번 결정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으로 보여, 향후 전환 작업의 세부 진행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