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도심 대규모 녹지인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서울시와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용산공원 주택 공급에 반대한다는 뜻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밝혔고, 청와대는 “용산공원에 대해선 (회의에서) 들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 어린이정원 넘어 공원 전체 검토
용산공원은 전체 면적이 약 300만㎡(약 90만7천평)인 대규모 도심 공원녹지로, 특별법에 근거해 관리되는 국가공원이어서 주택을 지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공원 전체 면적의 약 10분의 1 규모인 어린이정원이 공급 부지로 우선 거론된 가운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4일 “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어린이정원에 주택 공급이 추진되면 청년층 대상 공공임대주택을 주된 공급 유형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공원 일부만 개발해 청년 세대에 공급하자는 취지”라며 “청년 세대를 위한 대규모 주택 공급 후보지는 (서울 중심부에서) 용산 일대가 거의 유일하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뒤 오세훈·청와대 진실공방
오 시장은 국무회의 뒤 페이스북에 “대통령께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짓는 문제에 대해 분명히 반대의 뜻을 말씀드렸다”고 적었다. 그는 “용산공원은 서울 한복판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녹지”라며 “‘닥공(닥치고 공급)’에도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만큼은 정부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국무회의에서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에서 “주택 공급이 그토록 절박한 과제라면 더욱 현실적인 해법부터 최우선으로 선택해야 한다”며 “재개발·재건축이라는 분명한 답안지가 있는데도 엉뚱한 곳에서 땅을 찾아 공급 숫자를 발표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하고,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용산공원에 대해선 (회의에서)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민간 공급을 늘리기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이 있느냐”고 묻자 오 시장은 “용적률 규제 완화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 임대주택 비율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이 대통령은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지, 집값을 폭등시킬 가능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이 함께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이날 용산이 지역구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대응책을 논의했다. 권 의원은 “아무 대안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용산공원을 해체해 아파트를 때려 넣겠다는 생각은 군사 정권에서도 안 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에 1만 가구 이상을 넣겠다고 한다면 교통, 상·하수도, 전기, 가스 등 기반 시설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정권이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특별법 개정안은 산재 부지만 대상
용산공원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 개정을 거치면 지방정부의 의견을 들을 수는 있지만 동의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 본회의 처리를 앞둔 개정안은 캠프킴 등 본체 주변 산재 부지에 유연한 설계 기준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해당 개정안은 용산공원 본체 부지 주택 건설과는 관련이 없다”며 “공원녹지에 해당하는 본체 부지와는 별개로 상업·업무·주거·문화 등 복합 용도로 조성하는 산재 부지에 대해 녹지 비율을 다른 법 수준으로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공원 본체 부지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용도 변경과 매각을 원천 금지한 조항(제4조2항)을 고쳐야 한다. 용산공원특별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미군 기지 반환 부지를 ‘국가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제정했다. 민주당 안에서는 “부지가 워낙 넓어 공원을 만들며 일부 주택 공급도 가능하다”(지도부 의원)는 기류가 있지만, 국토위 소속 한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입법을 허물고 주택을 짓는 만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용산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도 큰 뇌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물량도 이견
용산 개발의 대표 사례인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과거 철도차량 정비창이 있던 약 46만㎡ 부지를 국제업무·주거·상업·문화 기능이 복합된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애초 6천가구 공급을 계획했다가 정부가 1만가구 공급 목표를 밝히자 8천가구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아직 타협점은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서울시·용산구와 협의해 2028년 말 주택 착공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과 정부는 19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공급 대책을 논의한다. 김 장관은 20일 오 시장과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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