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 물리적 AI 경쟁 가속화…글로벌 AI 지형도 빠르게 재편
삼성전자와 LG전자, SK그룹 등 국내 대표 IT·전자기업들이 로봇과 가전제품 등 실물 기기에 인공지능을 결합한 이른바 물리적 AI(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제시한 AI 비전을 바탕으로 하드웨어와 AI를 결합한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최근 오픈AI의 신형 모델 공개와 테슬라의 AI 프로젝트 중단 등 글로벌 AI 업계의 급격한 변화까지 겹치며 국내 기업들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월 CES 2025 현장에서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년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조 대표는 “우리의 삶이 AI로 어떻게 변화하든 LG전자는 AI를 기반으로 ‘라이프스 굿’이라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커넥티드 디바이스, AI 에이전트, 통합 서비스를 축으로 한 총체적 경험 전략을 공개했다. 이는 로봇과 AI 탑재 기기 등 물리적 공간과 가상 환경을 아우르는 AI 경험을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구현하겠다는 구상으로, LG전자는 이후에도 관련 사업을 순차적으로 확대해왔다.
SK그룹 “AI 경쟁 뒤처지면 반도체·조선·철강까지 흔들려”
같은 시기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CES 2025 현장에서 위기감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3년 연속 CES를 방문한 소감을 밝히며 “AI 경쟁에서 뒤처지면 그동안 우리가 자랑해온 반도체, 조선, 철강 등 모든 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부 AI화 되어가고 있다”, “모든 것에 AI가 들어가기 시작했다”며 로봇이나 주변 기기에 AI가 탑재되는 물리적 AI가 이미 일상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SK그룹은 이후 제조업과 로봇공학 분야에 특화한 AI 서비스 개발과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AI 스마트폰과 AI 가전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을 AI 통합의 해로 규정하고 모바일 기기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전 제품군에 AI 기능을 순차적으로 탑재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오픈AI 한국 진출 예고와 테슬라 AI 프로젝트 중단
국내 기업들의 물리적 AI 확대와 맞물려 글로벌 AI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다음 달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 한국 법인 사무소를 열고 개소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오픈AI는 앞서 한국이 미국을 제외하면 유료 챗GPT 이용자가 가장 많은 시장 가운데 하나라고 밝힌 바 있으며, 이번 사무소 개소는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구글도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에 학습 보조 기능인 가이드 러닝을 추가하는 등 한국 이용자를 겨냥한 서비스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일부 글로벌 기업은 AI 전략을 재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테슬라는 최근 자체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인 도조(Dojo) 개발을 중단하고 전담 팀을 해체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프로젝트 중단을 지시했으며, 도조 개발을 이끌던 피터 배넌 부사장도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향후 엔비디아, AMD 등 외부 업체의 컴퓨팅 기술과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에 의존도를 높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오픈AI는 7일(현지시간) 온라인 생중계 행사를 통해 신형 모델 GPT-5를 공개하며 생성형 AI 경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들이 물리적 AI 분야에서 보여온 선제적 투자가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삼성, LG, 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제조업 노하우와 글로벌 시장 경험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물리적 AI 상용화 경쟁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픈AI의 GPT-5 공개와 테슬라의 전략 수정에서 보듯 글로벌 AI 업계의 판도는 빠르게 바뀌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기술 개발 속도와 상용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AI 반도체, AI 가전, AI 로봇 등 물리적 AI와 연관된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어떤 성과를 내놓을지가 한국 AI 산업의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