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동결 16년 만에 흔들려…전국 대학 절반 인상 결정
2009년부터 이어져 온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가 2025학년도 들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국 190개 대학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3개교가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으며, 10여 년 넘게 유지돼 온 사실상의 동결 관행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결 상한 5.49%…전국 대학 절반 이상 인상 결정
교육부는 2025학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상한을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3.66%)의 1.5배인 5.49%로 확정해 고시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인상 여력에도 불구하고 민생 부담과 가계 경제 상황을 고려해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해 달라고 각 대학에 요청했으며, 동결이나 인하를 결정한 대학에는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과 교내장학금 관련 규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대학 현장의 결정은 정부 방침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2025년 2월 4일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190개 대학 가운데 103개교(54.2%)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세부적으로는 사립대학 가운데 94곳(62.3%)이, 국공립대학 가운데 9곳(23.1%)이 각각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인상률 구간별로는 법정 상한에 가까운 5.0~5.49% 구간을 택한 대학이 47개교(45.6%)로 가장 많았고, 4.0~4.99% 구간이 37개교(35.9%)로 뒤를 이었으며 이 가운데 5개교는 법정 상한인 5.49%까지 인상폭을 채웠다. 반면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은 43개교(22.6%)에 그쳤고, 44개교(23.2%)는 등록금 수준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평균 등록금 700만원대 진입…학생 반발 속 인상 흐름 지속 전망
대학교육연구소가 집계한 2025년 전국 4년제 대학 연간 평균 등록금은 약 71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공립대학은 평균 424만원으로 전년보다 0.7%(약 2만8천원) 올랐고, 사립대학은 평균 800만원 안팎으로 전년 대비 4.9%(약 37만1천원) 상승했다. 국공립대와 사립대 간 등록금 격차는 여전히 두 배 가까이 벌어져 있는 상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대학의 인상률이 4.8%(약 36만6천원)로 비수도권 대학의 3.4%(약 21만3천원)보다 높게 나타나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도 함께 커졌다.
대학들은 인상 배경으로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에 따른 재정난을 꼽고 있다. 정부는 2009년부터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권고했고, 2012년부터는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동결을 유도해 왔다. 이 같은 정책 기조가 10여 년 넘게 이어지면서 다수 대학의 등록금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학내 재정 여건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대학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등록금 인상 소식에 학생 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인상안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고, 일부 대학에서는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와 서명운동도 이어졌다. 학생 단체들은 물가 상승과 취업난이 겹친 상황에서 등록금까지 오르면 학생과 가계의 부담이 한층 가중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등록금 인상에 따른 학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가장학금 예산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교육부는 저소득층과 다자녀 가구 학생을 중심으로 국가장학금 지원 구간을 넓히고, 학자금 대출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는 등록금 인상이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며, 법정 상한이 5%대 이상으로 유지되는 한 앞으로도 등록금 인상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 등 관련 기관들은 등록금 동결 기조가 무너진 근본 원인으로 대학 재정 구조의 한계를 지목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등록금 수입 감소와 정부 지원 예산의 한계가 겹치면서 대학들이 더 이상 동결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등록금 정책을 둘러싼 대학과 정부, 학생 사회 간의 논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