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클라우드, 태국 AI기업과 손잡고 동남아 소버린 AI 시장 공략
네이버클라우드가 태국의 인공지능(AI)·클라우드 기업 시암AI클라우드(SIAM.AI Cloud)와 손잡고 태국어 특화 거대언어모델(LLM)과 관광 특화 AI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는 네이버가 추진해 온 소버린 AI(주권 AI) 전략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 AI 인프라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두 회사는 지난 5월 23일 태국어 기반 LLM과 AI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네이버클라우드는 하이퍼클로바X 등을 개발하며 축적한 거대언어모델 구축·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시암AI클라우드는 태국어 데이터와 현지 디지털 인프라를 담당한다. 양사는 연내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의 태국어 특화 LLM을 우선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태국에서 수요가 높은 관광 분야에 특화한 AI 에이전트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특정 국가가 자국의 언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버린 AI 사업의 성격을 띤다. 서구나 중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데이터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으면서 AI 역량을 확보하려는 태국 정부와 현지 기업의 수요에 부응하는 모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으로 확대되는 협력 논의
네이버는 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각국과도 소버린 AI 개발 및 파트너십 구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역시 네이버에 소버린 AI 모델 구축과 관련한 문의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클라우드·AI 사업자 다수가 내수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달리, 네이버클라우드는 소버린 AI와 로봇 등 물리적 AI 분야를 축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AI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정부, 금융, 제조, 의료 등 데이터 주권과 보안이 특히 중시되는 분야에서 신뢰할 수 있는 AI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구글이 장악한 검색 시장, AI 인프라 경쟁으로 무게중심 이동
동남아시아 검색 시장은 오랫동안 구글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해 온 지역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 집계에 따르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주요국에서 구글의 검색엔진 점유율은 90%를 훌쩍 웃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는 완제품 형태의 소비자용 검색 서비스로 정면 승부를 거는 대신, 각국 정부와 기업이 자체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기술을 지원하는 후방 지원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자체 AI 팩토리 구축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아시아태평양은 물론 유럽, 중동 지역의 소버린 AI 인프라 수요까지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에서는 대화형 AI 검색 기능인 AI 브리핑의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히며 검색 서비스 자체의 고도화도 병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이번 행보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동남아시아 AI 인프라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현지 규제,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시암AI클라우드가 개발 중인 태국어 LLM과 관광 특화 AI 에이전트의 연내 출시 여부가 이번 소버린 AI 전략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네이버의 이러한 움직임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이미 동남아시아 클라우드·AI 인프라 시장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범용 클라우드 인프라와 대규모 언어모델을 앞세운다면, 네이버는 현지 언어와 문화, 데이터 주권 요구를 정교하게 반영한 맞춤형 모델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평가다. 태국어 LLM 프로젝트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연말 이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다른 협력 논의도 구체적인 계약 형태로 이어질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