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육 혁신 본격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확대와 과제
교육부가 2025년 3월 신학기부터 전국 초중고 수학, 영어, 정보 교과와 특수교육 국어 교과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2026학년도부터는 국어, 사회, 과학, 기술·가정 교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교육부가 2023년 2월 발표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과 속도에 맞춘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도입 첫 학기 만에 실제 채택률과 활용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에는 과목별로 서로 다른 기능이 적용됐다. 수학 교과서에는 인공지능 튜터링 기능이 담겨 학생의 문제풀이 과정을 분석하고 취약 영역에 맞춘 문제를 추천한다. 영어 교과서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듣기뿐 아니라 말하기 연습까지 지원한다. 이 밖에도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과 메타버스 기능, 대화형 인공지능 등이 함께 담겨 있어 기존의 전자책 형태 디지털 교재보다 정교한 학습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교육부는 일선 학교의 디지털 기반시설 관리 부담을 덜기 위해 2025년 한 해 동안 전국 학교에 디지털 튜터 1200명을 배치해 교사들의 기기 운용과 콘텐츠 활용을 돕도록 했다. 이에 앞서 전국 7개 시도교육청에서는 300개 학교를 디지털 선도학교로 지정해 운영하며, 인공지능을 활용하면서도 인간적인 지도를 병행하는 선도교사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왔다.
그러나 도입 취지와 달리 현장 안착은 순탄치 않았다. 올해 학교 현장의 실제 채택률은 약 33%에 그쳤고, 채택한 학교 중에서도 학생들의 실제 접속률은 10%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나 활용도 저조 문제가 지적됐다. 교육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자녀의 디지털 기기 과몰입을 걱정하는 학부모가 10명 중 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교사노동조합연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 단체들도 집중력과 학습 효과 저해, 문해력 저하,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기존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낮추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2024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한 차례 의결됐으나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됐고, 이후 국회 논의를 거쳐 지난 8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돼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AI 디지털교과서는 국정, 검정, 인정 교과서와 동일했던 법적 지위를 잃고 학교장 재량으로 선택 활용하는 보조 교재로 성격이 바뀌게 됐으며, 교육부는 진행 중이던 2026학년도용 AI 디지털교과서 검·인정 절차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추진에는 상당한 예산이 투입됐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국가 예산 약 5300억원과 발행사들의 민간 투자 약 8000억원이 그동안 AI 디지털교과서 개발과 보급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지위 격하로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실상 매몰 비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육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그럼에도 디지털 교육 인프라 확충 자체는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교실에 전자칠판과 무선 인터넷망을 갖추는 스마트 교실 전환 사업을 이어가고, 각 시도교육청은 무선 접속장치를 최신 기종으로 교체하고 10기가급 인터넷망을 확충하는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스마트기기 지원도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26학년도 확대 계획과 남은 과제
교육부는 국어, 사회, 과학, 기술·가정 교과를 2026학년도부터 초등학교 5, 6학년과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새로 적용하고, 2027년에는 역사, 2028년에는 공통국어와 통합사회, 한국사, 통합과학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법적 지위가 교육자료로 조정된 만큼 실제 확대 속도와 적용 방식은 향후 국회 논의와 학교 현장의 여론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맞춤형 학습이라는 정책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콘텐츠 준비와 현장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이 서둘러 이뤄진 점이 이번 논란을 낳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의 우려를 반영해 콘텐츠 품질 관리와 교사 연수를 강화하고, 단계적이고 신중한 접근으로 정책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국회 논의와 학교 현장의 반응에 따라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의 구체적 방향이 다시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