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서 지난 9월 4일 한국인 317명을 포함해 총 475명이 불법체류 및 비자 조건 위반 혐의로 미국 이민당국에 무더기로 연행됐다. 이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단일 현장 단속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으며, 한국 정부는 구금된 한국인 전원을 자진출국 형태로 조기 귀국시키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대규모 이민단속 작전의 전모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청(ICE)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청(DEA),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 조지아주 경찰 등과 합동으로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의 현대차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서 사법 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대규모 이민단속 작전을 실시했다. 당국은 이번 작전이 불법 고용 관행과 노동력 착취 의혹 등을 겨냥한 수개월에 걸친 수사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단속 결과 현장에서 총 475명이 연행됐고, 이 중 317명이 한국 국적자였다. 한국인 연행자 가운데 170명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전자여행허가(ESTA)로, 146명은 B-1(상용) 또는 B-2(관광)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비자는 단기 출장이나 관광 목적으로만 체류가 허용되는데, ICE는 연행자 다수가 실제로는 공장 건설현장에서 장기간 노동에 종사해 비자 조건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연행된 인력 대부분은 국내 협력업체 및 설비업체 소속 기술자들로, 현대차그룹은 본사 직접 고용 인력은 이번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의 대응과 외교적 노력
외교부는 사건 발생 직후 구금된 한국인 전원이 조기에, 그리고 신체적 구속 없이 귀국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사건 발생 며칠 뒤 워싱턴을 방문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면담하고, 연행 과정이 공개되면서 한국 국민들이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는 점을 전달하며 구금자들이 수갑 등 신체 구속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 재입국 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협의 결과 한국인 구금자 316명은 9월 11일 전세기 편으로 자진출국 형태로 귀국했으며, 남아 있던 1명은 별도 절차를 거쳐 9월 26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귀국했던 근로자 가운데 일부는 재입국 절차를 거쳐 현장에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단속으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공장 건설 공정은 상당 기간 지연됐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한국인 근로자들이 보유한 전문 설비 기술을 대체할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공사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고용 창출은 환영하면서도, 비자 조건을 위반한 불법 노동에 대해서는 이민법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번 사건은 한국 기업들의 해외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서 협력업체 인력의 비자 및 체류 자격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국내 건설·플랜트 업계에서는 앞으로 미국 등 해외 현장에 기술 인력을 파견할 때 비자 종류와 체류 기간, 노동 허가 범위를 사전에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 한국 기업과 근로자를 위한 법적 지원 체계를 점검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예방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업계와 향후 전망
이번 사건 이후 국내 대기업들은 미국 현지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 파견하는 협력업체 및 설비업체 인력의 비자 취득 절차를 전면 재점검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역시 재외공관을 통해 미국 진출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비자 종류별 허용 활동 범위를 사전에 안내하는 등 유사 사건 재발 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조지아 현장에서 자진출국했던 인력 가운데 일부는 이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재입국해 작업에 복귀했으나, 전체 공정 지연에 따른 손실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첨단산업 분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별도의 숙련인력 비자 체계 마련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