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 한도 1억원으로 상향, 24년 만의 개편
예금자보호법 개정에 따라 은행 등 금융회사가 파산해도 보호받을 수 있는 예금보호 한도가 2025년 9월 1일부터 기존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두 배 상향됐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2001년 이후 24년 동안 유지돼온 보호 한도가 처음으로 조정된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예금자 1인당 금융기관별로 1억원까지 보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새 한도는 시행일 이전에 가입한 예금에도 소급 적용된다. 금융위원회는 상향된 보호 한도를 적용받기 위해 예금자가 별도로 신청할 필요는 없으며, 9월 1일 이후 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에 예금을 보유한 모든 고객에게 자동으로 새 한도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적용 대상 기관은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우체국예금 등을 포함한 예금보험 가입 금융회사 전반이다.
24년 만의 조정, 배경은 물가와 국제 비교
기존 5천만원 한도는 2001년 예금자보호법 시행 이후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은 채 유지돼왔다. 그동안 국내 경제 규모와 가계 금융자산이 꾸준히 늘어난 반면 보호 한도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금융권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국회와 금융당국은 미국의 예금보호 한도가 25만 달러, 일본이 1천만 엔 수준인 점을 거론하며 한국의 보호 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이번 개편의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이번 한도 상향이 모든 예금자에게 동일한 수준의 혜택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기존 5천만원 한도 하에서도 예금자 수 기준으로는 이미 전체의 약 98%가 예금 전액을 보호받고 있었다. 이는 대다수 개인 예금자의 잔액이 5천만원을 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이번 조치의 실질적 수혜는 5천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을 보유한 소수의 고액 예금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크게 돌아간다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전체 부보예금액 가운데 보호 범위 안에 드는 예금의 비중은 2024년 6월 말 기준 약 50%에서 한도 상향 이후 약 58%로 늘어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산했다.
자금 이동은 제한적, 저축은행업계는 보험료 부담 우려
한도 상향을 앞두고 은행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으로 자금이 대거 옮겨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금융당국이 입법예고 이후의 예금 동향을 점검한 결과 뚜렷한 자금 쏠림 현상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 예금 잔액은 최근 5년간의 평균적인 증가세 수준을 유지했고, 저축은행 예금 잔액은 증가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그 폭은 완만해 전년 말 수준을 아직 밑도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평가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한도 상향에 따른 예금 유입 기대와 함께 예금보험료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은 0.40%로 은행의 0.08%보다 다섯 배가량 높은 수준인데, 보호 한도가 늘어나면 그만큼 저축은행이 납부해야 할 보험료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어온 중소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금융당국은 업권의 부담을 고려해 새로운 예금보험료율을 2028년 납부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향후 과제, 건전성 감독 병행 필요성
금융권 일각에서는 보호 한도 확대가 금융회사의 과도한 자산운용 위험 추구로 이어지지 않도록 건전성 감독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금보호 한도가 늘어나면 예금자가 금리만 보고 위험도가 높은 금융회사에 자금을 맡길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 대한 건전성 감독 기준을 함께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편을 계기로 향후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 여건 변화를 지켜보면서 예금보험제도 전반에 대한 추가적인 보완 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