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월 7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주택공급 대책인 9·7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수도권에 연평균 27만호씩 총 135만호의 주택을 신규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한 공공택지를 더 이상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LH가 직접 주택사업 시행사로 나서는 것이다. 정부는 동시에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대폭 강화해 공급 확대와 투기 수요 차단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대책은 ‘주택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를 두 축으로 한다. 그동안 LH는 택지를 조성한 뒤 민간 건설사에 매각해 아파트 사업을 맡기는 방식을 취해왔는데, 민간 업체들이 공사비 상승 등을 이유로 착공을 미루면서 공급 시차가 벌어지는 문제가 반복됐다. 정부는 이런 구조적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LH가 공공택지에서 시행사 역할까지 직접 맡도록 하고, 법적으로 ‘LH가 조성한 주택용지는 민간에 매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LH 직접 시행, 택지 매각 중단으로 공급 안정화 도모
국토교통부 설명에 따르면 LH가 직접 시행사로 나서는 방식만으로 향후 5년간 수도권에서 약 6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여기에 LH가 보유한 주택용지의 용적률을 상향하고 비주거용지를 주거용지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1만 5천 가구를 추가 확보하고, 수도권 공공택지개발사업 일정을 앞당겨 4만 6천 가구를 더 공급한다는 세부 계획도 함께 제시됐다. 이 밖에 미사용 학교용지와 폐교 부지를 활용해 3천 가구, 유휴 도시용지를 활용해 4천 가구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물량을 모두 합치면 과거 공급 계획 대비 크게 늘어난 규모라고 설명하면서도, 실제 공급까지는 부지 확보와 설계,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어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개편으로 LH의 역할은 단순 택지 조성자에서 사업 시행부터 분양까지 책임지는 주체로 바뀌게 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민간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공급 일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LH가 직접 시행을 맡으면 사업비 조달과 미분양 등 위험을 공공이 떠안게 되는 구조여서, LH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강화된 대출 규제, 투기 수요 차단에 방점
주택공급 확대와 함께 발표된 가계대출 규제 강화 방안도 눈에 띈다.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에서는 9월 8일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이 기존 50%에서 40%로 낮아진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는 주택매매사업자와 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도 사실상 금지되며,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는 지역과 기관을 불문하고 2억원으로 일원화된다.
실거주 요건도 강화됐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6개월 이내에 해당 주택으로 전입해야 하는 의무가 새로 부과됐다. 이를 어길 경우 대출금 회수는 물론 일정 기간 신규 대출이 제한될 수 있어, 대출이 실제 거주 목적에 한해 활용되도록 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다시 나타나고 전세사기 후유증과 청년층 가계부채 문제가 맞물린 상황을 지목하며, 국민 주거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수요와 공급을 함께 관리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9·7 부동산 대책은 이재명 정부의 첫 주택공급대책으로, 2022년 이후 줄어든 주택 착공 물량을 만회하고 수도권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공급 주체를 민간에서 공공으로 전환해 공급 속도와 물량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는 다른 접근으로 평가된다. 다만 LH가 이미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 시행 물량까지 떠안게 되면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건설업계와 관련 기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부지 확보와 인허가, 설계, 착공에 이르는 절차가 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발표에 그치지 않도록 후속 시행령 정비와 예산 확보 등 세부 이행 계획을 순차적으로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규제지역 대출 규제는 9월 8일부터 곧바로 시행에 들어간 반면, LH 직접시행 물량 확대와 공공택지 개발 일정 조정 등 공급 관련 조치는 추가적인 제도 정비와 예산 배정을 거쳐 순차적으로 구체화될 예정이어서, 향후 재원 조달 방식과 사업 추진 속도, LH의 재무 건전성 관리가 정책의 실효성을 가늠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