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김지한 교수팀, 양자컴퓨팅으로 차세대 소재 설계 혁신 이룬다

KAIST 김지한 교수팀, 양자컴퓨팅으로 차세대 소재 설계 혁신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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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지한 교수 연구팀이 양자컴퓨팅을 활용해 수백만 가지에 달하는 다성분 다공성 물질(MTV, Multivariate Metal-Organic Framework)의 최적 조합을 효율적으로 찾아내는 설계 기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 지난달 22일자로 온라인 게재했으며, KAIST는 9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Quantum Computing Based Design of Multivariate Porous Materials”이며, 전통적인 컴퓨터로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대규모 조합 탐색을 양자컴퓨터로 풀어낸 세계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MTV 소재는 다양한 유기 리간드와 금속 클러스터를 레고 블록처럼 조합해 만드는 구조체로, 가스 흡착, 혼합 가스 분리, 센서, 촉매, 에너지 저장 및 전환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문제는 구성 요소의 조합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블록의 종류와 배치 비율에 따라 나올 수 있는 구조가 수백만 가지에 달해, 기존 컴퓨터로는 최적 구조를 찾아내는 계산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MTV 설계는 연구자의 경험과 반복적인 시행착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큐비트로 구조를 표현하는 세계 최초 양자컴퓨팅 설계 기법

연구팀은 복잡한 MTV 구조를 그래프 형태로 표현한 뒤, 각 연결점과 블록 종류를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로 변환하는 방법론을 개발했다. 이렇게 만든 그래프에 조성적, 구조적, 균형 제약 조건을 통합한 해밀토니안 모델을 적용하고, 변분 양자 회로(Variational Quantum Circuit)와 변분 양자 고유값 계산 알고리즘(VQE, Variational Quantum Eigensolver)을 활용해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어떤 블록을 어떤 비율로 배치해야 가장 안정적인 물질이 되는지를, 양자컴퓨터가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계산해 답을 찾도록 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모델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적으로 이미 알려진 MTV 다공성 물질인 Cu-THQ-HHTP, Py-MV-DBA-COF, MUF-7, SIOC-COF2 등 네 종류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시뮬레이션에서 도출된 최적 구성이 실제 물질의 기저상태 구성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실제 IBM 양자컴퓨터 하드웨어에서도 동일한 VQE 계산을 수행해 시뮬레이션 결과와 부합하는 답을 얻어냈다고 밝혔다. 이는 이론 모델이 실제 양자 하드웨어에서도 작동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연구의 실용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탄소 포집부터 이온 전도성 전해질까지 응용 기대

김지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MTV 설계의 병목현상을 양자컴퓨팅으로 해결한 세계 최초 사례”라며 “정밀한 조성이 핵심인 탄소 포집 및 분리, 선택적 촉매 반응, 이온 전도성 전해질 등의 분야에서 맞춤형 소재 설계 기술로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정밀한 조성 제어가 성능을 좌우하는 소재일수록 이번 기법의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제1저자는 김지한 교수 연구팀의 강신영, 김영훈 박사과정생이다. 김지한 교수 연구팀은 이전에도 인공지능과 분자 시뮬레이션 기술을 접목한 제올라이트 구조체 설계 연구로 주목받은 바 있어, 이번 양자컴퓨팅 연구는 그 연장선에서 한 단계 진보한 계산 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공성 물질 설계 분야는 그동안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조합의 방대함 때문에 완전 탐색이 어려웠던 대표적인 난제로 꼽혀 왔으며, 이번 연구는 양자컴퓨팅이 이런 조합 최적화 문제에서 실질적인 이점을 낼 수 있음을 구체적인 소재 시스템으로 입증했다는 의미가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양자컴퓨팅의 활용 범위를 이론적 탐구 단계에서 실제 소재 설계 실험으로 넓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양자컴퓨팅은 암호 해독이나 금융 최적화 등 특정 분야에서 잠재력이 거론돼 왔지만, 소재 과학 분야에서 구체적인 물질 시스템을 대상으로 실험적 검증까지 마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다공성 물질 설계라는 명확한 응용처에서 양자 우위성(Quantum Advantage)을 실현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양자 기술 상용화 로드맵에서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후속 연구 방향도 제시했다. 김지한 교수 연구팀은 앞으로 머신러닝 기법을 양자컴퓨팅 설계 과정과 결합해 계산 속도를 한층 높이고, 최적 구조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합성 경로와 기체 흡착 특성까지 예측할 수 있는 통합 설계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이번에 검증한 네 종류의 소재보다 구성 요소가 더 많고 구조가 복잡한 MTV 시스템으로도 검증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다공성 소재 개발은 신약 개발이나 반도체 소재 탐색과 마찬가지로 조합 탐색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표적 분야로 꼽혀온 만큼,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양자컴퓨팅 기반 접근법이 실제 신소재 상용화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기여할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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