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2000억원 전쟁추경, 예결위서 여야 격돌
정부가 편성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여야가 나흘째 공방을 이어갔다. 정부는 지난 3월31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 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중동에서 발생한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빠르게 확대되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민생과 피해 기업·산업의 어려움을 경감하기 위해 편성된 예산으로 이른바 전쟁추경으로 불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약 30분간 시정연설을 갖고 추경안의 편성 취지와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며 국회의 신속한 심의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28차례 언급하며 추경을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경제 방파제로 규정했다. 이후 국회는 4월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예결위 종합정책질의를 열고 추경안의 세부 항목을 심사했으며, 이 자리에서 여야는 예산의 성격과 개별 사업의 타당성을 놓고 날카롭게 맞섰다.
여당의 주장: 민생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추경이 중동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응급처방이라고 강조하며 신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여당은 추경에 담긴 민생지원금이 소득 하위 70% 가구에 1인당 10만원씩 지급되고, 비수도권 거주자는 15만원, 인구감소지역 거주자는 25만원까지 지원액이 늘어나며, 차상위계층은 최대 5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최대 6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 예산이 취약계층 지원과 중소기업 지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자금을 포함하고 있어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의 반론: 선심성 사업 논란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전쟁추경이라는 편성 취지에 걸맞지 않은 선심성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며 피해 계층 중심으로 지원을 재편해야 한다고 맞섰다. 예결위 종합정책질의 과정에서는 추경에 포함된 100억원 규모의 중국발 한국지방 전세기 연계 관광상품 사업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업이 사실상 중국인 관광객 1인당 40만원 상당의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하며 전쟁추경에 걸맞지 않은 항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추경안 어디에도 1인당 4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은 없다며 정략적 의도가 있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해당 사업은 국내 지역 관광 상품 개발을 위해 여행사에 지원되는 예산이지 개별 관광객에게 현금성으로 지급되는 사업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40만원 지원안은 추경안 마련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검토된 바는 있으나 최종 정부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밝혀졌다.
예산의 주요 항목과 그 논란
추경 예산의 주요 항목으로는 취약계층 지원과 중소기업 지원, 공공 인프라 확장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러한 항목들이 민생을 우선시한 예산인지를 두고 여야 간 의견이 팽팽히 갈리고 있다. 야당은 일부 예산 항목이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에 따라 배분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으며, 중국발 관광객 유치 사업처럼 전쟁 대응이라는 편성 취지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항목들이 함께 포함된 점을 문제 삼았다. 여당은 이에 대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산업 회복 역시 넓은 의미의 민생 대책에 해당한다고 반박하며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향후 전망: 정치적 쟁점화
추경 예산을 둘러싼 논란은 향후에도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4월10일을 목표로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놓고 세부 항목 조정을 위한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안이 국회를 제때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의 정책 집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는 시한을 앞두고 막판까지 절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발 관광객 지원 사업을 둘러싼 논란처럼 세부 항목에 대한 이견이 남아있어,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추경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단순한 예산 심사를 넘어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