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 1470원 돌파, 외환당국 국민연금과 4자 협의체 가동

달러-원 환율 1470원 돌파, 외환당국 국민연금과 4자 협의체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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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원 환율 1470원 돌파, 외환당국 국민연금과 4자 협의체 가동

원·달러 환율이 2025년 11월 14일 장중 1470원을 넘어서며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즉각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구두개입에 나섰으며, 환율 상승세의 배경으로 지목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4일에는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함께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새롭게 가동했다.

환율 급등 배경과 당국 대응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시장상황점검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회의에서 “해외투자 증가로 외환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경우 환율 하방 경직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하고 “가용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의 구두개입 직후 환율은 10원 넘게 급락하며 1450원대로 내려섰으나, 시장에서는 이 같은 효과가 단기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가 환율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확대다.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 규모는 약 663억 달러, 한화로 약 9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의 적립금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50%를 넘어서고 보유 해외자산이 외환보유액을 웃도는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결정이 외환시장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도 환율 상승 압력을 더한 요인으로 거론됐다.

이번 원화 약세는 2025년 10월부터 이어져 온 고환율 국면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025년 5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한미 간 금리차가 벌어졌고, 이 결정이 국내 통화당국의 통화정책 완화 의지를 시장에 각인시키며 외화 유출과 원화 약세를 촉발한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금융투자업계에서 제기됐다. 여기에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달러 수요를 밀어 올린 것도 겹쳤다. 부동산 규제 강화 이후 갈 곳을 잃은 시중 자금 일부가 국내 부동산 대신 미국 주식 시장으로 흘러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 강세와 원화 약세의 역설

주목할 부분은 이번 원화 약세가 국내 증시 부진과 맞물린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코스피 지수는 오히려 2025년 11월 3일 장중 4221.92, 종가 4221.87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4200선을 넘어서는 등 연중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한 결과다. 국내 증시를 이끄는 대형주의 실적과 주가는 견조했지만, 국민연금과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자산 매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함께 증가한 것이 환율 상승의 근본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4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함께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새롭게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외환시장 관련 사안으로 네 개 기관이 공동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협의체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민연금을 환율 안정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장기적으로 국민 노후자산 운용의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수출입 기업의 셈법도 엇갈리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자동차, 조선 등 수출 업종은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반면,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정유, 화학 업종은 수입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원자재 수입 단가 상승은 소비재 가격에도 시차를 두고 반영될 수 있어, 물가 관리를 맡은 당국도 환율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속도 조절과 정부의 추가 시장 개입 여부가 향후 환율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구두개입으로 환율이 일시적으로 1450원대까지 내려섰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과 개인 투자자의 해외자산 매입 기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원화 약세 압력이 근본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시장의 시선은 24일 출범한 4자 협의체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속도와 방식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협의체가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외환시장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절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향후 환율 안정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당국은 이에 앞서 외환 건전성 부담금 한시적 면제, 금융기관 외화예금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한시적 이자 지급,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연장 등의 정책 수단을 이미 동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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