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가능한 사랑’, 제99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한국 출품작 선정

이창동 ‘가능한 사랑’, 제99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한국 출품작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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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한 편, 이창동의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의 신작 영화 ‘가능한 사랑’이 한국을 대표해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 장편영화 부문에 출품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5일 이 작품을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가마다 단 한 편만 내놓을 수 있는 부문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택은 수상이나 최종 후보 지명에 앞선 출발점인 동시에, 한국 영화계가 세계 관객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기로 한 작품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결정이다.

연합뉴스가 전한 선정 배경에는 작품의 완성도와 감독의 선명한 메시지, 탁월한 미장센이 나란히 놓였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이창동 특유의 깊은 휴머니즘과 섬세한 연출뿐 아니라 입체적인 인물, 여러 겹으로 얽힌 관계를 밀도 있게 표현한 점도 높이 평가했다. 화려한 규모나 익숙한 장르 공식보다 인간의 내면과 관계를 탐구하는 영화적 힘이 한국 대표작 선정의 중심 기준으로 작동한 셈이다.

‘가능한 사랑’은 이 감독이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며 그의 첫 넷플릭스 영화다. 전작 ‘버닝’은 2018년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예비 후보에 진입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이번 심사에서 그 이력과 북미 매체의 높은 관심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감독의 작품 세계가 이미 해외 영화계와 대화를 이어온 경험을 중요한 자산으로 판단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두 부부가 비추는 서로 다른 삶

영화의 중심에는 해고 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있다. 두 부부는 서로 만나 각기 다른 삶의 모습과 그동안 감춰온 욕망을 마주한다. 설경구가 해고 노동자 호석을, 전도연이 그의 아내 미옥을 연기한다. 조여정은 대기업 집단해고 사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감독 예지로 등장하며, 조인성은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예지의 남편 상우를 맡았다.

이 설정은 노동과 기록, 상실과 풍요처럼 서로 다른 위치에 선 인물들을 한 공간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영화가 겨누는 핵심은 누가 옳고 그른지를 빠르게 가르는 데 있다기보다, 각자의 삶 안에 숨은 감정과 욕망이 관계를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살피는 데 있는 것으로 읽힌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캐릭터의 입체성과 관계의 다층성을 강조한 이유도 네 인물이 단순한 사회적 유형에 머물지 않는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전도연과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라는 배우 조합도 작품의 밀도를 끌어올릴 주요 지점이다. 네 배우가 맡은 인물은 경제적 조건과 직업, 가족 안에서의 위치가 서로 다르다. 이 차이가 대립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된다. 세계 관객에게도 해고 노동자의 현실이나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시선 자체보다, 낯선 타인의 삶을 마주한 뒤 흔들리는 인간의 감정이 더 직접적인 공감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불가능한 사랑’ 대신 던진 질문

이창동 감독은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작품을 “제목 그대로 사랑에 관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사랑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흔히 사랑 이야기가 이뤄질 수 없는 관계를 전제로 출발하는 것과 달리, 이번 영화는 오히려 ‘가능한’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감독의 강조점이다.

제목의 ‘가능한’이라는 표현은 낙관적인 결론을 미리 약속하기보다 사랑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을 되묻는 말에 가깝다. 집단해고와 노동의 소멸처럼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 인물들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바라보는 구조다. 사랑을 감정적 사건에 한정하지 않고 삶을 지속하게 하는 태도와 관계의 문제로 확장한 것이 작품의 중요한 특징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접근은 이창동 감독의 수상 이력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는 ‘오아시스’로 2002년 베네치아영화제 감독상을, ‘시’로 2010년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영화진흥위원회가 깊은 휴머니즘과 선명한 메시지를 선정 이유로 꼽은 만큼, 인물의 고통을 소재로 소비하기보다 그 안에서 인간이 타인과 연결될 가능성을 세밀하게 바라보는 연출이 국제 무대의 핵심 관전 요소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와 오스카가 만나는 지점

‘가능한 사랑’이 이창동 감독의 첫 넷플릭스 영화라는 사실은 이번 한국 대표작 선정에 또 다른 의미를 더한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국제 장편영화 출품작이면서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세계 관객과 만나는 작품이라는 두 성격이 겹치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북미 매체의 관심을 평가 요소로 언급한 것도 작품의 예술적 성취뿐 아니라 해외에서 형성될 대화의 폭을 함께 살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한국 출품작 선정은 아카데미 수상이나 후보 지명을 확정한 결과가 아니다. 현재 확인된 사실은 ‘가능한 사랑’이 국가당 한 편만 출품할 수 있는 국제 장편영화 부문에서 한국 대표로 선택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의 관심은 성과를 앞서 단정하기보다, ‘버닝’으로 예비 후보 진입 경험을 가진 감독이 8년 만의 신작을 통해 어떤 인간과 관계의 이야기를 세계 영화계에 제시하는지에 모인다.

한국 영화 팬에게 이번 선정은 이창동 감독과 네 배우의 만남을 국제적인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다. 글로벌 관객에게는 해고 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라는 한국적 서사를 넘어, 서로 다른 삶을 이해하고 사랑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을 함께 질문할 기회다. 바로 그 보편적인 질문이 오늘 한국에서 선택된 한 편의 영화가 여러 언어권의 관객에게도 흥미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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