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025년 8월 2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 5월 29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두 차례 연속 동결 결정으로, 물가 안정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경기 하방압력과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신중한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앞서 5월 29일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당초 1.5%로 제시했던 성장률 전망을 0.7%포인트 낮춘 0.8%로 수정하면서,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는 통상적인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주요 기관 전망치 가운데서도 낮은 축에 속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건설투자 부진과 수출 불확실성이 성장률 하향의 주요 배경
한국은행이 밝힌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된 배경은 건설투자의 지속적인 위축과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다. 부동산 시장 조정이 길어지면서 건설 부문의 마이너스 성장 폭이 예상보다 크게 확대되고 있고, 이는 내수 경기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소비 부문에서는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소비심리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내수 경기의 급격한 위축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대외 부문에서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이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가능성과 중국 경제 둔화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한다는 게 한국은행의 평가다. 8월 결정회의 이후에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추기보다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흐름을 주시하며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추가 인하가 자칫 자산시장 과열과 금융 불균형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통화당국 내에서 힘을 얻은 결과로 풀이된다.
2026년 성장률 회복 전망에도 불확실성 여전
한국은행은 2026년에는 성장률이 1%대 중반 수준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투자 조정 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내수 회복세가 점진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배경이다. 그러나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이 같은 회복 시나리오에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향후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조정 여부와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완화 정책의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확대에 따른 금융 불균형 위험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10월로 예정돼 있어, 이 자리에서 한국은행이 동결 기조를 이어갈지 추가 인하로 선회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정정책과의 조화 필요성 대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저성장 국면을 통화정책만으로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금리 조정만으로는 건설투자 부진과 구조적 수출 둔화 요인을 상쇄하기 어려운 만큼, 재정정책과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예산이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보완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함께 제기된다.
한국 경제는 인공지능발 반도체 업황 회복과 자동차 수출 호조라는 긍정적 요인과, 건설투자 부진 및 내수 회복 지연이라는 부정적 요인이 공존하는 복합적 국면에 놓여 있다. 향후 통화당국과 정부의 정책 대응 방향, 그리고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대외 여건 변화가 하반기 이후 한국 경제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여부와 금융시스템 안정성 유지 역시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할 정책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