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할인 비용 전가 의혹 현장조사 나섰지만 쿠팡 불응으로 철수

공정위, 할인 비용 전가 의혹 현장조사 나섰지만 쿠팡 불응으로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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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할인 비용 전가 의혹을 확인하려 현장조사에 나섰다가 쿠팡의 거부로 24일 철수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쿠팡이 가격 맞춤형 쿠폰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는 의혹 등을 확인하려 19일부터 28일까지 현장조사를 벌일 예정이었다.

네 차례 시도 끝에 빈손 철수

공정위는 19∼21일과 24일 모두 네 차례 현장조사를 시도하며 쿠팡을 설득했지만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쿠팡은 공정위의 직권조사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이 사실이 24일 공정위에 통보되면서 현장조사는 중단됐다.

7일 전 서면 통지 두고 맞선 양측

쿠팡이 내세운 근거는 행정조사기본법이다. 행정기관이 현장조사를 할 때는 원칙적으로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는 조항이다.

공정거래법·하도급법 위반 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 적용에서 빠지지만, 대규모유통업법 조사는 이 법을 적용받는다.

쿠팡은 사전 통지 의무가 조사 대상자의 권익과 권리를 보호하는 적법한 절차라며, 공정위가 이를 지키지 않은 점에 대해 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올해 1월부터 공정위 현장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해 왔다는 입장도 내놨다.

공정위는 사전 통지 의무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본다.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는 사전 통지로 증거인멸 등이 우려돼 조사 목적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되면 조사 개시와 동시에 현장출입조사서를 제시하거나 조사 목적을 구두로 알릴 수 있게 했다.

공정위는 조사 정보를 미리 알리면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고, 조사 정보 유출 혐의로 직원이 징계를 받을 수 있어 현장조사는 예외로 삼아 왔다고 맞섰다.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조사를 사전 통지하고 나간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조사받는 유통업체가 방어권을 내세워 이런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례적이라고 봤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구도 여기에 대해서 시비 건 적 없이 당연하게 다들 생각해 왔는데 여기에 대해서 굳이 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 그러면은 법원 판단이 나온다면 나오겠죠”라고 말했다.

가격 맞춤형 쿠폰 비용이 쟁점

가격 맞춤형 쿠폰은 쿠팡에서 파는 특정 상품이 네이버 등 경쟁 온라인몰보다 비쌀 때 쿠폰을 자동으로 발행해 소비자의 실제 구매가격을 최저가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납품업체의 부담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의혹을 포착했다. 할인 비용을 쿠팡이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부담시켰는지가 조사의 초점이다.

쿠팡은 다른 혐의로도 여러 차례 공정위 현장조사를 받았고 과징금 처분을 받은 적도 있다.

과태료 검토하지만 법원 판단이 변수

공정위는 현장조사의 적법성은 소송에서 다투고, 쿠팡의 조사 거부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공정위 현장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하면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했다.

다만 법원이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과태료 부과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집행정지 신청의 인용 여부는 보통 1∼2주 안에 결론이 난다.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쿠팡을 상대로 한 현장조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쿠팡의 주장대로 7일 전에 통지한 뒤 조사하는 방안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조사정보 유출과 관련한 내부 감사 규정을 고쳐야 하고, 사전 통지를 어느 기업까지 적용할지도 정해야 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 사례 논란, 미국 압박과 연결 짓는 시각도

업계 안팎에서는 “대규모유통업법과 관련해 현장 조사가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공정위는 2021년과 2022년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과정을 조사하려다 화물연대의 거부로 현장조사를 하지 못한 적이 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이번 조사 거부를 최근 미국 정부의 쿠팡 옹호와 연결 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 공정위 조사를 이렇게 대놓고 거부할 수 있겠나”라며 “우리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법 집행을 차별적 대우로 규정해 왔다. 백악관도 “한국 정부가 미국 기술기업들을 차별적으로 표적으로 삼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공정위는 미국 정부의 문제 제기와 사건 처리는 별개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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