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공급론에 제기된 ‘청년의 가격’
한성숙 국무총리는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청년주택 공급 가능성에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공급 대책으로 강조해 온 정비사업과 관련해, 현재 가격과 여러 조건을 고려하면 청년주택 공급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이 주택 수를 늘리는 수단이 될 수 있는지와 별개로, 새로 공급되는 주택이 사회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의 지불 능력에 맞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이 “오 시장의 정비사업을 통해 청년주택이 공급될 수 있나”라고 묻자 “이제 막 초기 진입하는 청년들에게는 사실 좀 부담스러운 가격대”라고 답했다. 한국의 국무총리는 행정부의 국정 운영을 조정하는 자리이며, 서울시장은 수도 서울의 도시계획과 주택 정책을 이끈다. 두 정책 주체의 시각이 맞닿는 지점은 공급 확대지만, 이번 발언은 공급 물량만큼 공급된 주택의 가격대와 실제 수요자의 접근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주택 수와 주거 접근성은 같은 질문이 아니다
재개발은 노후한 지역을 새로운 도시 공간으로 정비하는 사업이고, 재건축은 오래된 공동주택을 다시 짓는 방식이다. 두 사업 모두 서울처럼 이미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에서 주거 환경과 건축물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공급 수단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한 총리의 발언을 기준으로 보면, 정비사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주택이 곧바로 청년주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청년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가격인지, 초기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수요자도 진입할 수 있는지가 별도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된 셈이다.
이는 공급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이 단순한 주택 수에서 수요자별 체감 효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규모의 공급이라도 가격과 조건에 따라 청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한 총리가 언급한 “부담스러운 가격대”는 정비사업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보다, 그 성과를 청년 주거 안정과 곧바로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도시의 건축 품질을 높이고 새 주택을 공급하는 목표와, 주거 시장에 처음 들어오는 세대의 접근성을 확보하는 목표가 서로 연결되려면 정책 효과를 더 세밀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현장 속도를 높이는 서울, 사업성을 조정하는 성남
정비사업을 둘러싼 지방정부의 움직임은 이미 구체적인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25일 노원구 중계그린과 중계주공4단지에서 구역 맞춤형 ‘현장 신속통합기획 자문회의’를 처음 열었다고 밝혔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번에는 서류 중심 검토를 넘어 현장에서 자문하는 형태가 적용됐다. 두 단지는 1990년과 1991년 사이 준공된 15층 규모 공동주택이며, 용적률은 중계그린 191%, 중계주공4단지 180%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도 25일 수정구와 중원구 원도심의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건설 비율을 현행 12%에서 1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성남시는 앞서 재개발 용적률을 265%에서 280%로 완화했지만, 군 비행안전구역의 고도 제한과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요구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조정안이 적용되면 재개발 구역의 임대주택 공급량은 약 980가구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대상은 기존 재개발 7개 구역과 생활권 계획 재개발 7개 구역을 합친 14개 구역이다.
속도·사업성·가격 사이에서 다시 짜는 공급의 기준
서울과 성남의 사례는 한국 수도권 정비사업이 서로 다른 조건을 조율하며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은 현장 자문을 통해 계획 수립의 속도를 높이려 하고, 성남은 임대주택 비율과 용적률을 조정해 사업성을 확보하려 한다. 여기에 한 총리는 청년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과 조건을 정책 평가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현장의 절차를 빠르게 하는 일, 사업이 성립할 수 있도록 조건을 조정하는 일, 완성된 주택에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일은 각각 다른 단계지만 하나의 공급 정책 안에서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 총리는 정부의 공급 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청년과 수요자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지 더 예측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특정 정비사업의 찬반을 넘어 정책의 결과를 수요자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읽힌다. 정비계획이 얼마나 빨라지는지뿐 아니라 어떤 가격대의 주택이 형성되고, 청년을 비롯한 수요자에게 어떤 선택지가 생기는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급 확대의 숫자와 절차가 실제 생활의 변화로 이어지는 경로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로 평가된다.
26일 현재 한국의 수도권 주택 논의는 재개발·재건축의 추진 속도만을 둘러싼 경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서울의 현장형 정비계획 지원과 성남의 사업 조건 조정은 노후 주거지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흐름을 보여주지만, 청년의 접근 가능성이라는 질문은 공급의 최종 목적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글로벌 독자에게도 이번 논의가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고밀도 대도시가 기존 주거지를 현대화하면서 새 주택의 품질과 공급량, 사업성, 젊은 세대의 가격 접근성을 어떻게 동시에 설계하는지 보여주는 한국형 도시 재생의 현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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