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치매 환자는 97만명(유병률 9.17%)으로 추산되며, 내년인 2026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치매 위험군인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도 올해 298만명(유병률 28.12%)에서 2033년에는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치매 안전망 구축 경쟁에 나서고 있다. 위치추적기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배회하는 치매 환자의 실종을 막고 조기에 발견하는 시스템이 지역별로 속속 도입되는 추세다.
이번 조사 결과는 2016년 조사 당시 예측했던 2025년 108만명(유병률 10.32%)보다 낮은 수치로, 치매 환자 증가 속도는 예상보다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절대적인 환자 수는 여전히 늘고 있고,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치매 환자 가족의 45.8%가 돌봄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비동거 가족의 주당 평균 돌봄시간이 18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실종 예방을 포함한 돌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지역맞춤형 치매 안전망 확산
전라남도 고흥군은 고흥경찰서, SK텔레콤 컨소시엄(SK브로드밴드·SK쉴더스 포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남 지역 최초로 ICT 기반 치매 환자 출입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중증 치매 노인 가운데 100명을 우선 대상자로 선정해 문 개폐를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하고, 환자가 예고 없이 외출하면 보호자에게 즉시 알림이 전송되도록 했다. 군은 대상자 선정과 장비 설치를 지원하고, SK텔레콤 컨소시엄은 감지기기 제공과 시스템 운영, 보안·데이터 관리를 맡는다. 군은 사업 효과를 분석한 뒤 대상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충북 청주시는 상당구 북부시장을 ‘치매안심 전통시장 등대지기’로 지정했다. 지난해 가경복대시장에 이어 두 번째 사례로, 시장 상인들이 직접 치매 안전망 구축에 참여하는 민관협력 모델이다. 청주시 보건소는 안전망 구축에 동참한 북부시장 내 점포 13곳을 ‘치매안심등불’로 지정해 배회하는 치매 어르신을 임시로 보호하고 관할 기관에 신고하는 역할을 맡겼다.
경기 화성시는 재가 치매 노인 300명을 대상으로 위치추적기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으며, 등록된 치매 환자 전원에게 순차적으로 기기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목걸이형·손목형 기기의 착용 거부감을 낮추기 위해 신발에 위치추적 모듈을 내장한 신발형 배회감지기 보급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 혁신으로 실종 발견시간 대폭 단축
위치추적기 보급의 효과는 경찰청 통계로도 확인된다. 경찰청이 보건복지부, 반도체기업 SK하이닉스와 함께 운영하는 무상 위치추적기 보급사업 ‘행복GPS’의 자체 조사 결과, 기기를 착용한 실종 치매 환자의 평균 발견 시간은 착용하지 않은 경우의 12시간 안팎에서 55분으로 크게 줄었다. 행복GPS는 2021년 경찰청과 보건복지부, SK하이닉스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협약을 맺고 시작한 사업으로, 지금까지 누적 3만8000여대의 기기가 무상 보급됐고 확인된 실종자 발견 사례만 2900여건에 이른다. 이는 이동통신사가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위치추적 서비스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지자체 사업에는 통신사가 개발한 상용 기기도 함께 활용된다. SK텔레콤이 저전력 사물인터넷 전용망인 로라(LoRa)를 활용해 선보인 위치추적 단말기 ‘지퍼(Gper)’는 5분 단위로 실시간 위치 조회가 가능하고, 보호자가 지정한 안심구역을 벗어나면 곧바로 알림을 보낸다. 환자가 위급한 상황에서 직접 SOS 버튼을 눌러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2018년 정부혁신 우수사례로 대통령상을 받은 신발형 배회감지기 ‘꼬까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발 밑창에 통신 모듈을 넣어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외출 시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신발의 특성을 활용해 목걸이형·손목형 기기보다 착용률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청 조사에서는 꼬까신을 착용한 실종 치매 환자의 평균 발견 시간이 1시간 42분으로, 기기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의 평균 발견 시간보다 크게 짧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 정책과 향후 전망
보건복지부는 2025년 치매정책 사업안내를 통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배회감지기 대여 서비스를 확대했다. 치매 증상이 있거나 배회 등 문제행동을 보이는 장기요양 재가급여 수급자가 대상이며,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부담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도 배회 가능 어르신 인식표 보급과 지문 사전등록, 치매체크 애플리케이션 무료 제공 등 실종 예방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2044년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치매 고위험군인 경도인지장애 진단자 역시 올해 298만명에서 2033년 4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예방적 차원의 안전망 확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별로 재정 여건과 지역 특성이 달라 서비스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포함한 ICT 기반 치매 안전망을 전국 단위로 표준화하고, 저소득층과 농어촌 지역까지 사각지대 없이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