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2024년 9월부터 KB시세 제공 범위를 50세대 미만 소형 아파트와 빌라까지 확대했다. 그동안 KB시세는 50세대 이상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산출됐으나, 거래량이 적어 시세 산출이 어려웠던 소형 주택까지 인공지능 기반 분석 기법을 활용해 조회 대상을 넓힌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확대가 그동안 시세 정보 부족으로 대출 한도에서 불이익을 받아온 소형 아파트와 빌라 소유자들의 대출 접근성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시세는 실거래가와 금리, 지역 인구, 주택 수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KB국민은행이 산출하는 부동산 시세 평가 지표로, 국내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사실상의 기준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50세대 미만 소형 아파트와 빌라는 거래 건수가 충분하지 않아 KB시세가 제공되지 않았고, 은행들은 한국부동산원 등이 산정한 감정가를 기준으로 담보대출을 실행해 왔다. 감정가는 일반적으로 실제 시세보다 20에서 30퍼센트가량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같은 조건이라도 소형 아파트와 빌라 소유자는 대형 아파트 소유자보다 낮은 대출 한도를 적용받는 구조적 불이익을 겪어 왔다.
대환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와 연계된 확대
KB시세 제공 범위 확대는 2024년 9월 30일부터 시행된 주거용 오피스텔과 빌라 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와 직접 맞물려 추진됐다. 금융회사가 차주에게 실시간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한도를 제시하려면 담보 주택에 대한 공신력 있는 시세 정보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갈아타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실시간 시세 조회가 가능한 주거용 오피스텔과 빌라로 한정됐으며, 기존 대출을 받은 지 6개월이 지난 차주부터 이용이 가능했다. 연체 중이거나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인 대출, 저금리 정책금융 상품 등은 갈아타기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비스에는 은행 12곳과 보험사 1곳 등 총 29개 금융회사가 신규 대출을 제공하는 형태로 참여했으며, 이용자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 핀다, 뱅크샐러드 등 대출비교 플랫폼 6곳과 13개 금융회사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오피스텔과 빌라의 주요 거주층인 청년과 서민층의 주거금융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년간 이어진 대환대출 효과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는 2023년 5월 말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먼저 시작됐다. 금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서비스 개시 이후 1년간 누적 21만4127명의 차주가 총 10조8718억 원 규모의 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옮겼으며, 평균 금리는 1.52퍼센트포인트 하락해 1인당 연간 약 164만 원의 이자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대출 유형별로 보면 신용대출은 17만6723명이 4조1764억 원을 이동해 금리가 평균 1.57퍼센트포인트 내렸고, 주택담보대출은 2만6636명이 4조8935억 원을 옮겨 금리가 평균 1.49퍼센트포인트 하락했다. 전세대출은 1만768명이 1조8019억 원을 이동해 금리가 평균 1.42퍼센트포인트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금융당국은 갈아타기 서비스의 적용 범위를 오피스텔과 빌라 담보대출로 넓혔고, 그 전제 조건으로 KB국민은행의 소형 주택 시세 정보 제공이 요구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KB시세 확대가 담보인정비율 산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해 소형 주택 소유자의 대출 한도가 늘고, 금융회사 간 경쟁을 통한 금리 인하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조치는 전세 사기 사태 이후 매수 심리가 위축된 빌라 시장의 자금 조달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빌라는 시세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담보가치 산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평가를 받아왔는데, KB시세 조회 대상 확대로 이 같은 격차가 일부 해소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만 소형 아파트와 빌라의 KB시세가 실제 시장 거래가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는지, 갈아타기 서비스 이용 실적이 이후 얼마나 늘었는지는 금융당국의 추가 통계 발표를 통해 확인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은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의 대상과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을 밝혀 왔으며, 이번 KB시세 제공 범위 확대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소형 아파트와 빌라 소유자가 실거래 기반 시세를 근거로 대출 조건을 다시 협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감정가 중심의 평가 관행으로 상대적 불이익을 받아온 서민층 주거 실수요자들의 금융 접근성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