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산망 화재로 행정서비스 대란…647개 시스템 마비, 복구 장기화

정부 전산망 화재로 행정서비스 대란...647개 시스템 마비, 복구 장기화

정부 전산망 화재로 주요 행정서비스 중단...복구에 2일 소요

정부 전산망 화재로 행정서비스 대란…647개 시스템 마비, 복구 장기화

2025년 9월 26일 오후 8시 15분경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 전산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정부24를 비롯한 주요 행정 전산망이 대규모로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화재로 행정안전부, 국세청, 고용노동부 등 여러 부처가 운영하는 행정업무 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됐으며, 이 가운데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는 436개, 공무원이 사용하는 내부 행정망은 211개에 달했다. 주민등록등본 발급, 건강보험 민원, 고용보험 신청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서비스들이 한꺼번에 멈추면서 큰 불편이 초래됐다. 정부는 당초 정상화까지 최소 2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복구는 이보다 훨씬 길어져 두 달 가까이 소요됐다.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소방당국과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재는 전산실 내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5층 전산실에서 지하로 옮기던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업자들이 배터리 단자에서 케이블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스파크가 튀었고, 이것이 배터리의 열폭주로 이어지며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로 배터리팩 384개가 소실됐고, 5층에 있던 전산실 2곳 가운데 한 곳은 전소됐으며 다른 한 곳도 그을음 등 연기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주 서버와 백업 서버가 같은 전산실에 배치돼 있었다는 점이다. 재해 발생 시 데이터를 보호하려면 백업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분리된 장소에 둬야 하지만, 이번 화재에서는 본 서버와 백업 서버가 동시에 피해를 입으면서 일부 부처의 업무 자료가 사실상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소실됐다. 별도의 외부 백업 체계를 갖추지 못했던 일부 시스템의 경우 수년치 공무원 업무 자료가 영구히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가 자체 운영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인 G클라우드에서도 장애가 발생하면서, 클라우드로 이전한 시스템조차 안전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복구 지연과 정부 대응

정부는 화재 다음 날인 9월 27일부터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시스템을 우선 복구해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재개했다. 그러나 완전히 소실된 전산실의 시스템은 새 서버를 구축하거나 대구에 있는 예비 센터로 옮겨야 했기 때문에 복구 작업은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정부는 직접 피해를 입은 시스템 상당수를 대구센터로 이전해 복구하는 데 약 4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치를 다시 수정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지연됐다. 10월 31일에는 정부24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1등급 시스템 40개가 복구됐고, 11월 초 기준 전체 대상 시스템 700여 개 가운데 680여 개가 정상화된 상태였으며, 대전센터 내에서 복구가 진행된 693개 시스템은 화재 발생 49일 만인 11월 중순에야 모두 재가동을 마쳤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 전산망의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경찰 조사에서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관리 감독 소홀과 함께 불법 하도급 정황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도 관련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책임자 문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으며,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과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 등 관계자들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직위해제되는 등 문책성 인사 조치가 이뤄졌다. 2022년 카카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에도 서비스 이중화 미비가 도마에 올랐던 만큼, 이번 사고를 두고도 정부가 유사 사례에서 얻은 교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국정자원 대구·광주 분원 역시 애초 이중화에 적합하게 설계되지 않아, 화재 발생 이후에야 뒤늦게 클라우드 기반 재해복구 체계 구축과 이전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행정안전부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전국 정부 전산실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백업 시스템을 지역적으로 분산 배치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온프레미스 서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 클라우드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오프라인 백업 체계가 오히려 축소되는 흐름을 지적하며 이번 사고의 교훈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정부 디지털 인프라 전반의 이중화와 재해복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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