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광화문서 ‘927 기후정의행진’ 3만여 명 참가…청년·노동·종교계 연대
2025년 9월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사거리 일대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를 주제로 열린 이번 ‘927 기후정의행진’에는 주최 측 추산 약 3만여 명이 참가했다. 전국 664개 시민사회·노동·환경·종교 단체가 함께 준비한 이번 행사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전, 대구, 제주, 청주, 산청, 완주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지방에서는 약 3천여 명이 별도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십자각서 출발해 도심 순환한 행진
이날 집회는 오후 2시 광화문 동십자각 사거리에서 노동, 농민, 환경, 여성, 청년, 종교 등 각계 대표자 발언으로 시작됐다. 이후 참가자들은 종각역과 을지로입구역, 서울시청광장을 거쳐 다시 동십자각으로 돌아오는 도심 순환 경로를 따라 행진했다. 행진 도중에는 사이렌 소리에 맞춰 참가자들이 도로에 드러눕는 이른바 ‘다이인’ 퍼포먼스가 경로상 여섯 개 지점에서 진행됐다. 이 퍼포먼스는 기후재난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참가자들이 일제히 몸을 눕혔다가 다시 일어서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앞서 지난 8월 28일에는 같은 장소인 광화문광장에서 청년, 노동자, 농민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번 행진의 취지를 알리는 선포식이 열리기도 했다.
행사를 준비한 단체들은 이번 행진의 명칭에 ‘광장’이라는 표현을 넣은 배경으로, 앞서 계엄 사태 정국에서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보여준 민주주의의 힘을 기후정의 운동으로 이어가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노동계에서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 부문 관계자가 무대에 올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소외되지 않아야 하며 기후위기 대응과 노동자의 생존권 보호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도 이상기후로 인한 불안 속에서 농사를 짓는 대신 기후위기 없는 세상에서 안심하고 농사짓고 싶다는 취지로 발언에 나섰다.
국내 기후정의행진은 2019년 9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약 5천여 명이 참가한 집회로 처음 시작됐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지 못했으나, 2022년부터 서울 도심에서 매년 재개돼 2022년과 2023년, 2024년에도 각각 약 3만여 명 규모의 참가자가 모인 바 있다. 초기에는 환경단체 중심으로 열렸던 행사가 해를 거듭하며 노동조합, 농민단체, 여성단체, 종교계, 정당 등으로 참여 주체가 넓어졌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동반한 가족 단위 참가자도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행진 역시 이 같은 흐름을 이어받아 전국 664개 단체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연대체를 구성했다.
6대 요구안, 2035 감축목표 대폭 상향 촉구
이번 행진의 조직위원회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여섯 가지 핵심 요구를 제시했다. 첫째, 기후정의 원칙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수립할 것. 둘째, 탈핵과 화석연료 퇴출 계획을 마련할 것. 셋째, 공공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반도체·인공지능 산업 개발에 따른 에너지 수요 확대 계획을 재검토하며 생태계 파괴 사업을 중단할 것. 넷째, 모든 생명의 존엄과 기본권을 보장할 것. 다섯째, 농업과 농민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것. 여섯째, 전쟁과 학살을 종식하고 방위산업 진흥 및 무기 수출을 중단할 것이다. 조직위 측은 특히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과 기후정의 원칙에 맞게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진에는 환경단체 외에도 노동조합, 농민단체, 여성단체, 종교계 등 다양한 시민사회 조직이 함께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진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정부의 2035년 감축목표 수립 과정에서 지속적인 압박 활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연내 확정해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위기 대응을 둘러싼 산업계와 시민사회 간의 입장 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행진이 감축목표 논의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