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안성기가 직접 고른 6편 특별 상영

부산국제영화제, 안성기가 직접 고른 6편 특별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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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가 직접 고른 여섯 편, 부산에서 다시 만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배우 안성기의 생전 모습을 스크린으로 불러낸다. 영화제 사무국은 오는 10월 6일 개막하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특별 기획 프로그램 ‘아름다운 시절, 안성기’를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상영작은 모두 6편이며, 안성기가 생전에 특별 프로그램을 제안받았을 때 직접 추천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단순히 유명 출연작을 모은 회고전이 아니라 배우 자신이 관객과 다시 만나기를 바랐던 영화를 상영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선정된 작품은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배창호 감독의 ‘고래 사냥’(1984), 박광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1988), 이명세 감독의 ‘개그맨’(1989), 정지영 감독의 ‘하얀전쟁’(1992), 임권택 감독의 ‘축제’(1996)다. 1980년부터 1996년까지 이어지는 여섯 편의 제작 연도만 놓고 봐도 한 배우의 특정한 전성기를 압축하기보다 16년에 걸친 연기 궤적을 차례로 살펴보도록 짜였음을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감독과 만난 안성기의 모습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프로그램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회고전의 주인공이 남긴 마지막 큐레이션

이번 특별전의 중심에는 ‘누가 작품을 골랐는가’라는 질문이 놓인다. 여섯 편은 영화제나 평론가가 사후에 대표작으로 분류한 목록이 아니라, 안성기가 생전에 추천한 작품들이다. 따라서 프로그램은 배우를 외부의 평가로 정리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가 자신의 긴 영화 여정 가운데 어떤 작품을 다시 관객 앞에 놓고 싶어 했는지를 보여준다. 배우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스스로 큐레이션한 결과라는 점에서 관객은 작품 자체뿐 아니라 선택의 배열과 간격까지 하나의 메시지처럼 읽을 수 있다.

목록은 한 감독이나 한 시기에 집중되지 않는다. 이장호, 배창호, 박광수, 이명세, 정지영, 임권택 등 여섯 감독의 작품이 각각 한 편씩 포함됐다. 이는 안성기의 생전 모습을 복원하는 방식이 특정 이미지 하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창작자와 구축한 영화적 관계를 넓게 펼쳐 보이는 데 있음을 시사한다. 작품 발표 시기도 1980년대 초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다. 특별전의 제목인 ‘아름다운 시절’은 그래서 단순한 추모의 표현을 넘어, 한국영화의 여러 시간대에 남은 배우의 얼굴을 연속적으로 마주하게 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영화 상영을 넘어 감독들의 기억까지

부산국제영화제는 여섯 편을 상영하는 데서 프로그램을 끝내지 않는다. 안성기와 함께 작업한 이장호, 배창호, 박광수, 이명세, 정지영 감독 등이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마련한다. 스크린 안에서는 당시의 연기를 보고, 상영 뒤에는 그 장면을 함께 만든 감독들의 이야기를 듣는 구조다. 영화가 완성된 결과물이라면 관객과의 대화는 그 결과에 이르는 협업의 과정을 되짚는 자리가 된다. 배우가 직접 설명할 수 없는 빈자리를 동료 창작자들의 기억과 관객의 질문이 연결하는 셈이다.

특히 상영작 여섯 편 가운데 다섯 편의 감독이 대화에 참여한다는 구성은 회고전의 밀도를 높인다. 관객은 한 배우가 감독마다 다른 연출 세계 안에서 어떻게 포착됐는지 비교해 볼 수 있고, 감독들은 각자의 현장에서 기억하는 안성기의 모습을 전할 수 있다. 다만 이번 행사의 핵심은 새로운 평가를 단정하는 데 있지 않다. 남아 있는 작품과 함께 일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배우를 여러 각도에서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데 있다. 영화제라는 공동 관람의 공간이 개인의 기억을 집단의 영화 경험으로 확장하는 장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책자와 스크린으로 이어지는 배우의 시간

영화제는 ‘모험과 모범 사이, 시대의 배우 안성기’라는 제목의 책자도 펴내 그를 기릴 예정이다. ‘모험’과 ‘모범’을 나란히 배치한 제목은 이번 특별전이 안성기를 한 가지 수식어에 가두지 않으려는 기획임을 드러낸다. 여섯 편의 영화가 움직이는 이미지와 목소리로 배우를 보여준다면, 책자는 그의 작업을 다시 읽고 정리할 수 있는 또 다른 통로가 된다. 상영, 대화, 기록물이 결합하면서 특별전은 추모 행사인 동시에 작품을 다시 발견하는 아카이브형 프로그램의 성격을 갖게 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이 부산국제영화제와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영화제는 작품을 현재의 관객에게 상영하고 창작자와의 대화를 연결하며, 영상자료 기관과의 협업은 오래된 작품을 다시 공적인 관람의 장으로 불러오는 의미를 더한다. 1980년 작품부터 1996년 작품까지 한꺼번에 만나는 이번 구성은 세대별 관객에게 서로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당시 작품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재회의 시간이 되고,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안성기의 연기를 극장에서 발견하는 입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영화의 기억을 세계 관객과 나누는 방식

이번 특별전은 스타를 기리는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이 결국 작품을 다시 상영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안성기가 선택한 여섯 편, 그와 현장을 함께한 감독들의 대화, 영화제가 발간하는 책자는 모두 배우의 시간을 현재의 관객에게 전달하는 서로 다른 매개다. 새로운 자료를 덧붙여 인물을 과장하기보다 이미 남아 있는 영화와 협업의 기억을 충실히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추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관객은 한 편의 대표작이 아니라 여섯 개의 시선 사이를 이동하며 배우의 폭을 직접 확인하게 된다.

해외 관객에게도 ‘아름다운 시절, 안성기’는 한 한국 배우의 회고전을 넘어 한국영화가 자신의 역사를 기억하고 다음 세대와 공유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서로 다른 시대와 감독을 잇는 여섯 작품이 부산이라는 국제영화제의 무대에서 다시 상영된다는 사실은, 영화의 생명이 최초 개봉 시점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선명하게 만든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은 안성기의 생전 모습을 다시 보는 동시에, 한 배우가 한국영화의 여러 시기를 어떻게 연결했는지를 스크린을 통해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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