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마취 잦은 의원 440곳 중 인공호흡기 보유 2곳·제세동기 66곳

수면 마취 잦은 의원 440곳 중 인공호흡기 보유 2곳·제세동기 66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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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마취·진정을 자주 하는 의원급 의료기관 440곳 가운데 85%가 제세동기 없이 운영되고, 인공호흡기를 갖춘 곳은 2곳뿐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낸 국정감사 자료에 담긴 내용이다.

440곳 응급장비 보유 실태

조사 대상은 올해 상반기 건강보험 명세서상 프로포폴·미다졸람·케타민 등 수면 마취·진정용 약물을 600건 이상 처방한 의원 440곳이다. 이들 의원을 빠짐없이 살펴보니 인공호흡기를 보유하고 신고까지 한 곳은 2곳으로, 비율은 0.5%였다.

제세동기를 둔 의원도 66곳, 15.0%에 머물렀다. 나머지 85%는 심정지가 왔을 때 ‘골든타임’을 지킬 장비 없이 환자를 마취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호흡 억제를 수면 마취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는다. 호흡 억제가 왔을 때 적절한 처치가 없으면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실제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 소재 치과 의원 한 곳에서는 최근 8개월 새 환자 2명이 수면마취 뒤 숨졌다.

장비·보고 의무 없는 법 구조

이런 상황은 ‘입법 사각지대’에서 비롯된다. 의료법 시행규칙이 인공호흡기 설치를 요구하는 공간은 수술실과 중환자실이고, 제세동기는 중환자실에 두도록 했다. 의원 대부분은 내시경 검사실 같은 곳에서 수면 마취를 하기 때문에, 두 장비가 모두 없어도 법적 제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응급장비 설치를 의무로 정하지 않은 현행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고 보고 의무에도 빈틈이 있다. 환자안전법은 중대 사고를 반드시 보고해야 하는 곳을 ‘200병상 이상 병원급 및 종합병원’으로 정해 두었다. 의원급은 환자가 숨지더라도 이를 보고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낸 자료에서도 이 공백이 드러난다.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의원급이 보고한 환자안전사고 3만3천606건 중 중증 사고는 1건이었다. 보고의 97%는 약사가 약국에서 처방 오류를 먼저 잡아내 올린 경우였다.

구급 이송 뒤 끊기는 정보

소방청 집계로는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119구급대가 의료기관·요양병원 같은 의료 관련 시설로 나간 횟수가 47만4천634건에 이른다. 이송 원인을 나눠 보면 심정지 1만5천509건, 의식 장애 2만9천382건, 호흡곤란 5만8천768건이었다.

하지만 의원에서 생긴 응급환자를 구급대가 옮긴 뒤 이를 보건복지부나 관할 보건소에 알리는 공조 체계는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 소방청의 공식 답변이다. 결국 보건소는 유족이 고소하거나 언론이 보도하기 전에는 사고 자체를 알 수 없는 ‘행정 사각지대’에 머물게 된다.

강남 치과 사망 사건을 관할하는 강남구도 이 점을 지적했다. 의원급에서 사망 같은 중대 의료사고가 생겨도 보건소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의원급 마취

응급 대응 체계가 허술한 사이 마취 건수는 빠르게 늘었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청구한 마취 진료비 건수는 2021년 29만8천375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42만8천425건에 달해 43.6%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3만6천43건이 청구돼 벌써 지난해 전체의 절반을 넘겼다.

증가 폭은 ‘초빙 마취’에서 더 컸다.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의원이 외부 마취의사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2021년 5만1천291건이던 것이 지난해 8만6천732건으로 69.1%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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