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2.50% 동결, 성장 둔화 속 신중한 통화정책 유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28일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7월에 이어 두 번째 연속 동결로,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사이에서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행은 2024년 10월부터 이어온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한은은 2024년 10월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같은 해 11월에는 3.00%로 낮췄다. 이후 2025년 1월에는 동결했다가 2월 2.75%로, 5월에는 다시 2.50%로 인하하며 총 네 차례에 걸쳐 1.00%포인트를 낮췄다.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동결은 추가 인하 여력을 남겨두면서도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환율 등 금융안정 변수를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물가 둔화에도 신중한 접근을 이어가는 이유
한국은행이 8월 함께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0.8%로, 지난 2월 전망치인 1.5%에서 0.7%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로 유지됐다. 성장세 둔화가 뚜렷해지고 물가 상승 압력이 목표 수준에 근접하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추가 인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한은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압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 부문에서는 완충 여력이 다소 개선된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별도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62억 9,000만 달러로 7월 말보다 49억 5,000만 달러 증가했다. 달러화 약세로 기타 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늘고 운용수익도 증가한 결과로, 대외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소폭 확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외 통화정책 환경도 주요 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1월과 3월, 4월, 6월, 7월 다섯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해왔다. 9월 15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미 금리차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한국은행의 추가 인하 시점과 폭도 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은 자본유출과 환율 변동성을 고려해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이후에도 남은 과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정국 혼란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올해 4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를 거치며 일단락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6월 4일 출범하면서 통화정책에 부담을 줬던 정치적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한은은 새 정부의 재정·부동산 정책 방향, 미국 통상정책발 불확실성, 가계부채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며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도 한은의 금리 판단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며 대출 수요 조절에 나선 가운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한은으로서는 섣부른 추가 인하가 자산시장 과열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상대적으로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지역별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성장률 하방 압력이 이어질 경우 한은이 연내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가 지속될 경우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국내외 경제 지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추가 조치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