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양극화 심화, 서울 아파트값 강세 속 지방 미분양 급증
한국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반면, 지방에서는 다 짓고도 팔리지 않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쌓이면서 시장이 완전히 갈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613채로 전월 대비 7.0% 늘었고,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2만7584채로 전월보다 1.9% 증가해 약 10년 만에 2만채를 넘어섰다.
준공 후 미분양의 84%는 지방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 부산, 전북, 충북 등에서 미분양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대구와 부산은 그동안 공급 물량이 과다했던 지역이고, 광주와 전북은 인구 감소와 지역 산업 구조 약화로 수요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방 건설업계는 미분양 적체로 자금 압박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신규 공급 축소로 이어져 중장기적인 지방 주택 시장 위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대출 규제와 서울 시장의 반등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 대책인 이른바 6·27 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는 소득이나 주택 가격과 무관하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이는 역대급 규제로 평가받았고, 발표 직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급격히 줄었다. 대책 발표 전인 6월 1일부터 27일까지 1만221건이던 거래량은 대책 시행 이후인 6월 28일부터 7월 24일까지 2506건으로 75.5% 감소했다. 과열의 진앙이었던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거래량도 같은 기간 1214건에서 491건으로 65.5% 줄었다.
그러나 시장의 위축은 오래가지 않았다. 9월 7일 정부가 추가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다시 상승 흐름을 탔고, 성동구와 마포구, 광진구 등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대출 한도를 낮춘 규제에도 불구하고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층이 상급지로 몰리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이 강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수 심리가 급격히 살아나며 패닉바잉 조짐까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고가 거래가 남긴 양극화의 뿌리
이번 양극화의 배경에는 2024년부터 이어진 서울 고가 아파트 시장의 독주가 자리하고 있다. 2024년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제곱미터가 60억원에 실거래되는 등 강남권 고가 아파트는 기록적인 가격을 이어갔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유동성과 서울 내 공급 부족, 자산가들의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많았다. 반면 지방과 비아파트 시장은 같은 기간에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잇따른 전세사기 사건으로 전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됐다. 소득이 낮은 임차인일수록 월세 전환에 따른 주거비 부담이 커 사회적 문제로 지적돼왔다.
정부는 다주택자 세제 부담 완화나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 완화 등 실수요자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서울과 지방 간 격차,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격차를 좁히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임대차 신고제 확대 등 전세사기 재발 방지 대책도 시행되고 있으나 이미 훼손된 시장 신뢰를 되돌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과제로 떠오른 양극화 해소
전문가들은 6·27 대책과 9·7 공급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수요를 일부 진정시켰지만, 서울 상급지 쏠림과 지방 미분양이라는 구조적 양극화 자체를 해소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한다. 대출 규제만으로는 서울 내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 문제를 풀 수 없고, 지방은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라는 별도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향후 추가 공급 대책과 지방 미분양 해소 방안을 함께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방 경제 활성화와 균형 발전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양극화 흐름을 단기간에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가 두 달 연속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지방 건설업계의 자금 부담을 완화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