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헬스케어로 건강수명 연장… 예측의료 시대 개막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지난 9월 18일과 19일 이틀간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2025 한국보건의료정보원 연례 심포지엄을 열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측의료와 맞춤형 건강관리의 방향을 논의했다. AI 시대,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보건의료정보 활용을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정부기관과 학계, 연구기관,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AI와 보건의료 데이터 융합이 가져올 변화와 과제를 폭넓게 논의했다.
행사 첫날 기조연설에는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 소장이 나서 디지털 헬스케어 2025 Age of Generative AI를 주제로 생성형 AI 시대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황과 발전 방향을 짚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보건의료데이터의 글로벌 상호운용성 확보 방안과 AI 기반 진단·치료 기술의 임상 적용 사례가 폭넓게 다뤄졌다.
이번 심포지엄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가 자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한국은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00년 고령화사회, 즉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선 지 24년 만이며, 2017년 고령사회 14% 진입 이후 7년여 만의 일이다. 고령 인구 비중은 이후에도 빠르게 늘어 최근에는 21%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질병을 사전에 예측하고 개인별로 맞춤 관리하는 예측의료가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수명을 늘리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예측의료·정밀의료 확산되는 의료 현장
국내 대형병원들은 이미 AI를 활용한 정밀의료 서비스를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조기 비소세포폐암 수술 환자 1만4천여 명의 임상·병리·영상 데이터를 학습시켜 폐암 재발 위험을 최대 1년 앞서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 레이더(RADAR CARE)를 개발했다. 같은 병원 연구팀은 12리드 심전도 데이터 40만여 건을 분석해 심방세동을 비롯한 심장 질환 12종의 발병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는 AI 모델도 선보였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부모가 촬영한 1분 이내 영상만으로 영유아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위험을 가려내는 AI 모델을 개발해 성능을 검증하는 등, 예측의료를 접목한 연구가 여러 진료과로 확산되는 추세다.
정부도 개인 건강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통해 예측의료 확산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정보원과 질병관리청은 지난 7월 28일부터 나의건강기록 앱을 통해 어린이와 어르신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시기와 대상 여부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앱에서 건강정보를 대신 확인할 수 있는 대리인 등록 기준도 기존 만 14세 미만에서 만 19세 미만으로 확대돼, 청소년 자녀의 건강정보를 보호자가 손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치료제와 원격의료 확대
디지털 치료제 시장도 예측의료와 함께 성장하는 분야로 꼽힌다. 우울증과 불면증, 인지장애 등을 치료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처방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도 포함되기 시작했다. 원격으로 AI 기반 건강 상담과 모니터링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함께 확대되면서,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의료 현장의 기대와 남은 과제
의료 현장에서는 AI 예측의료 도입에 대체로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데이터 정확성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I가 제시하는 예측 결과를 의료진이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하는 절차가 확립돼야 오진이나 과잉 진료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이번 심포지엄 세션에서 논의됐다. 이에 따라 AI 진단 보조 시스템의 신뢰성을 검증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측의료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개인의 생활습관과 유전정보, 진료기록 등 방대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계하는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터 표준화와 보안 체계 구축이 선행 과제로 꼽힌다.
지역 의료 격차 해소에도 기여 기대
업계에서는 AI 헬스케어가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 서비스 격차를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격으로 AI 기반 진단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확산되면,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 주민들도 대도시 수준의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AI 헬스케어 인프라 보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