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1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 교실에 도입된 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2학기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사 73.6%가 도입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국회는 지난 8월 4일 본회의에서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정식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도입 반년 만에 법적 지위가 격하되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2024년 검정심사를 통과한 12개 출원사의 AI 디지털교과서를 2025년 1학기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공통교과의 영어, 수학, 정보 교과에 순차 적용했다. 당초 함께 도입을 검토했던 국어와 기술·가정(실과) 교과는 교육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고, 사회·과학 교과는 2027년으로 도입 시기가 늦춰졌다. 교육부는 이번 조정에 대해 “교육 현장과 전문가 의견, 시도교육청의 정책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의 강력한 반발, “기술적 부담과 효과 의문”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지난해 7월 전국 초·중·고 교사 1만9,6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73.6%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의한다”는 응답은 12.1%에 그쳤고, 나머지는 중립적 입장을 밝혔다. 동의하지 않는 이유로는 “학습 효과에 대한 우려”가 35.5%로 가장 많았고, “디지털 기기 과의존 우려”(25.7%), “교사·학생·학부모 의견 수렴 부족”(22.7%), “국민적·사회적 공감대 부족”(8.4%) 등이 뒤를 이었다.
도입 이후에도 이러한 우려는 크게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일선 교사들은 “짧은 준비 기간 동안 새로운 디지털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하고 있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충분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도입된 정책이 학교 현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교사들의 경우 새 시스템 적응에 상당한 부담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엇갈린 시각과 교육부의 지원책
같은 조사에서 학부모들의 의견은 찬성 30.7%, 반대 31.1%, 중립 38.2%로 팽팽히 갈렸다. 반대 이유로는 “디지털 기기 과의존”이 39.2%로 가장 많았고, “학생 문해력 저하”(35.7%), “수업 질 저하”(10%), “교육 격차 우려”(8.7%)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학부모들은 개별 맞춤형 학습이 학습 부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확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 약 1만 명의 교실혁명 선도교사를 양성한 데 이어,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하반기에는 15만 명 규모의 교사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디지털 튜터 1,200명을 학교에 배치하고 교육(지원)청별 테크센터를 운영해 학교의 AI 디지털교과서 활용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프라 부족 문제가 지적된다. 전국 학교의 디바이스와 네트워크 점검·개선 작업이 진행돼 왔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예산 제약으로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농어촌 지역 학교는 네트워크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원활한 디지털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란도 이번에 일단락됐다. AI 디지털교과서를 정식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2024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처음 통과했으나,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로 돌아왔다. 이후 지난 4월 17일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돼 해당 개정안은 자동 폐기됐지만, 국회는 지난 8월 4일 본회의에서 같은 취지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다시 통과시켰다. 이로써 AI 디지털교과서는 도입 한 학기 만에 법률상 정식 교과서 지위를 잃고 교육자료로 최종 규정됐다.
교육 전문가들은 법적 지위 격하로 학교 현장의 활용도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교육학 전문가는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에 따른 학생 간 격차, 가정의 경제적 여건에 따른 교육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기초학력 부족으로 학습에 흥미를 잃는 학생이 없도록 지역이나 소득 조건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지만, 법적 지위가 흔들린 상황에서 일선 학교의 활용 방침을 어떻게 안정시킬지가 향후 과제로 남게 됐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현장의 우려를 충분히 수렴해 단계적 활용 방안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