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립 문제와 노인 빈곤 문제가 각각 정부 통계로 재확인된 가운데, 정부가 자살예방전략을 새로 마련하는 등 사회안전망 강화에 나섰다.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이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19~34세 청년의 5.2%가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연금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청년 고립·은둔 인구, 2년 새 두 배로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이 지난 3월 11일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가운데 5.2%가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고립·은둔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원으로 환산하면 약 53만8000명에 달한다. 이는 2022년 조사 당시 2.4%(약 24만4000명)와 비교해 2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이번 조사는 청년기본법에 따라 2년마다 실시되는 국가승인통계(제170002호)로, 전국 1만5098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고립·은둔 상태에 놓인 이유로는 취업의 어려움이 32.8%로 가장 많이 꼽혔고,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11.1%, 학업 중단이 9.7%로 뒤를 이었다. 조사를 진행한 연구진은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사회적 단절과 고용 시장의 불안정성이 청년층의 고립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노인 빈곤율, OECD 회원국 중 여전히 1위
노년층의 상황도 심각하다. OECD가 최근 공개한 연금 보고서(Pensions at a Glance 2025)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소득빈곤율은 39.7%로 OECD 평균(14.8%)의 2.7배에 달해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2023년 40.4%에서 소폭 낮아지며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1위다. 국내 기준으로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2024년 처분가능소득 기준 65세 이상 상대빈곤율이 35.9%로 집계돼, 노인 3명 중 1명 이상이 빈곤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보건복지부는 생계급여 지급 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을 매년 인상하고 있다. 2025년 기준 4인 가구의 생계급여 선정기준액(최대 지급액)은 월 195만 1287원이며, 보건복지부는 2026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6.51% 인상하기로 하면서 내년에는 지급액이 추가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자살예방전략 등 안전망 확충 나서
정부는 청년과 노년층을 포함한 취약계층 전반의 위기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9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9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하고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4년 인구 10만 명당 28.3명인 자살률을 2029년 19.4명, 2034년에는 17.0명 이하로 낮춰 5년 안에 연간 자살 사망자 수를 1만 명 이하로 줄이고, 10년 안에는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는 응급실 기반의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를 2025년 92개소에서 2026년 98개소로 확대하고, 자살을 시도한 이들에 대한 치료비와 심리검사 지원에 적용되던 소득 기준을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범정부 대응 체계를 구축해 정책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립과 노인 빈곤이 서로 다른 세대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업, 사회적 단절, 소득 불안정이라는 공통된 뿌리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청년기가 지나도록 취업에 실패하거나 인간관계를 이어가지 못한 이들이 중장년, 노년까지 불안정한 소득 상태에 머무를 경우 빈곤이 세대를 넘어 대물림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생계급여 인상과 자살예방전략 등 개별 대책을 순차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세대를 아우르는 통합적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까지는 재정 투입 규모와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청년 고립 대응 예산과 노인 복지 예산이 어떻게 반영될지가 정책의 실효성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며, 관련 부처들이 후속 통계를 통해 정책 효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