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산망 동시 마비 사태로 본 디지털 안전망 구축의 시급성

정부 전산망 동시 마비 사태로 본 디지털 안전망 구축의 시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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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6일 오후 8시 20분경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5층 전산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정부24를 비롯한 647개 정부 전산시스템이 동시에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전국 공공기관의 핵심 전산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기관으로, 이곳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709개가 가동을 멈추고 96개 정부 전자시스템이 마비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행정 전산망 장애로 기록됐다.

소방당국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따르면 화재는 무정전전원장치(UPS)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서버실과 분리된 장소로 옮기는 작업 도중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며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진압에는 4시간 이상이 소요됐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24, 모바일 신분증, 국민신문고 등 국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민원·인증 서비스는 물론 부처 간 공유 저장소인 온나라 지(G)드라이브에 보관돼 있던 최장 8년치 행정 자료가 소실되는 피해까지 발생했다.

디지털 의존도 심화와 단일 장애점 위험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특징은 단일 시설의 장애가 전국 단위 행정 서비스 마비로 곧바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다수 부처의 전산자원을 한 곳에서 통합 운영해온 구조적 특성상, 대전센터 한 곳의 화재가 전국적 서비스 중단으로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 서비스의 온라인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번 사태의 핵심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우려를 낳은 부분은 긴급 신고체계까지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화재로 인해 문자, 영상, 웹을 통한 119신고 접수가 전면 중단되고 음성 통화를 통한 신고만 가능해지면서, 음성 통화가 어려운 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들은 사실상 긴급 신고 수단을 잃었다. 행정안전부와 소방청은 임시 대체 절차를 안내했지만, 서비스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사태가 확산되자 행정안전부는 국가 재난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전환해 화재 상황과 서비스 장애 현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하나의 시스템이 멈추면 곧바로 다른 시스템이 대체 가동되는 액티브 액티브 방식의 이중화 조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 단일 장애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복구 예산 편성과 재발 방지 대책

정부는 2025년 10월 21일 국무회의에서 대전센터 복구를 위한 1차 예비비 1521억원을 우선 의결했다. 해당 예산은 소실된 장비 재구매, 시설 복구, 복구 인력 운영 등에 투입됐으며, 이후 대구센터 이전을 비롯한 부처별 추가 수요를 반영한 2차 예비비 편성도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가 핵심 전산자원의 백업 체계와 분산 운영 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시설 화재를 넘어 국가 디지털 인프라 전반의 복원력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응급 신고체계처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서비스는 디지털 인증 절차와 별개로 대체 접근 수단을 상시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추진할 후속 대책이 실제 재발 방지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예산 집행과 제도 정비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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