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클라우드, 한국형 보안 AI 개발 주도
3일 네이버클라우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사이버 보안 특화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을 수행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네이버클라우드와 SK텔레콤이 각각 이끄는 2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발표평가를 진행한 뒤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을 선택했다. 범용 생성형 인공지능을 넘어 사이버 보안이라는 전문 영역에 맞춘 독자 모델을 확보하려는 한국의 기술 전략이 구체적인 개발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선정된 컨소시엄은 이달부터 10개월 동안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인 B200 256장, 32개 노드를 지원받는다. 다만 전체 지원이 한 번에 확정되는 구조는 아니다. 첫 5개월 동안의 개발 성과를 중간평가한 뒤 나머지 5개월의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막대한 연산 자원을 제공하면서도 중간 성과와 실행력을 점검하는 단계형 지원 방식으로, 모델의 규모뿐 아니라 개발 과정의 완성도까지 관리하려는 설계로 분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월 중 선정 사업자와 협약을 체결하고 특화 모델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동시에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사업 추진 과정과 성과 창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직접 범용 서비스 하나를 만드는 방식보다는 민간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축적한 인공지능·보안 역량을 하나의 개발 체계로 묶고 고성능 연산 자원을 집중 지원하는 구조라는 점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다.
32개 기관이 연결된 대규모 산학연 연합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에는 주관기관인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LG CNS, LG유플러스, 샌즈랩, 이스트시큐리티 등 인공지능·정보기술·보안 기업이 참여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등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까지 포함하면 전체 참여 기관은 32개에 이른다. 단일 기업의 모델 개발 프로젝트라기보다 산업 현장과 학술 연구를 연결하는 대규모 산학연 협력 체계에 가깝다.
평가위원회는 인공지능과 사이버 보안 분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각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기술력과 개발 경험, 개발 전략과 기술, 목표의 우수성 및 실현 가능성, 시장성과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살폈다.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은 폭넓은 산학연 구성과 함께 복수의 에이전트·하네스를 활용하는 개발 전략과 목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참여 기관의 숫자 자체보다 서로 다른 전문성이 하나의 모델 개발 과정에 투입된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사업자는 연산 환경과 모델 운영 기반을 담당할 수 있고, 정보기술·통신 기업은 실제 서비스 환경과의 연결 가능성을 제공한다. 보안 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은 전문 데이터와 검증 역량, 연구 경험을 결합할 수 있다. 각 기관의 구체적인 역할은 자료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컨소시엄의 폭은 보안 특화 인공지능이 한 종류의 기술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는 사업 구조를 보여준다.
범용 모델에서 ‘전문 모델’ 경쟁으로
이번 사업은 고성능 인공지능 모델의 발달과 함께 사이버 보안 위협도 고도화되는 상황에 대응해 국내 독자 보안 특화 모델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21일까지 한 달간 참여팀을 공모했다. 이후 네이버클라우드와 SK텔레콤 컨소시엄을 놓고 발표평가를 실시했으며, 기술 개발 경험만이 아니라 시장성과 파급효과까지 평가 항목에 포함했다.
이는 인공지능 경쟁의 기준이 단순한 문장 생성 능력이나 범용 질의응답을 넘어 특정 산업의 복잡한 업무를 얼마나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사이버 보안 분야는 전문 용어와 분석 절차가 복잡하고, 여러 정보와 도구를 연결해 판단해야 한다.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이 제시한 복수 에이전트와 하네스 전략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도 하나의 모델이 모든 과정을 독립적으로 처리하기보다 여러 기능을 조정하고 실행하는 체계가 중요하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독자적으로 확보한다는 목표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선정은 완성된 제품의 출시가 아니라 개발 사업자를 정한 단계이므로 실제 성능과 활용 범위는 앞으로의 개발 및 평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이 외부 범용 모델을 단순히 이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내 보안 수요에 맞는 기반 모델과 운영 체계를 함께 구축하려 한다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연산 자원과 중간평가가 가를 실행력
B200 그래픽처리장치 256장이라는 지원은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하고 고도화하는 데 필요한 연산 기반을 제공한다. 그러나 연산 장비의 규모만으로 모델의 경쟁력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개발 목표를 설정하고, 참여 기관의 기술과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며, 복수의 에이전트와 하네스를 얼마나 안정적인 구조로 구현하는지가 사업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된다. 첫 5개월 뒤 예정된 중간평가는 이러한 실행력을 확인하는 핵심 관문이 된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사업은 지원 규모보다 성과 관리 방식이 중요한 시험대다. 10개월의 전체 기간을 두 구간으로 나누고 중간평가에 따라 잔여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는 빠른 개발과 객관적인 검증을 동시에 요구한다. 32개 기관이 참여하는 만큼 풍부한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지만, 기관 간 역할을 조율하고 하나의 기술 목표로 수렴하는 운영 역량도 필요하다. 선정 당시 높게 평가받은 컨소시엄 구성과 개발 전략이 실제 모델로 구현되는지가 관전점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의 인공지능 산업이 범용 모델 경쟁에서 전문 분야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이유는 한국의 대표적인 클라우드·통신·보안 기업과 주요 대학들이 32개 기관 규모로 결집해, 사이버 보안에 특화된 독자 인공지능 기반을 만들려는 국가 단위 실험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