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첫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더 이상 공공택지를 시행사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주택 개발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간 주도로 이뤄지던 주택공급 구조를 공공 주도로 전환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호를 새로 착공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골자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했던 LH가 이제는 직접 시행사가 되어 주택 건설에 나선다는 점이다.
LH법 개정으로 공공택지 매각 전면 중단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LH법을 개정해 LH가 조성한 주택용지는 원칙적으로 민간에 매각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19일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가 집값 안정보다 땅장사로 비친다”며 택지 공급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편을 주문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그동안 LH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택지 매각 수입으로 메우는 구조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이 방식이 택지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LH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이 자금 조달과 설계, 시공을 맡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으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LH가 보유한 수도권 공공주택용지 가운데 6만가구 규모의 물량은 민간에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LH가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2030년까지 순차 착공할 예정이다. 시공을 맡는 건설사는 자사 브랜드를 붙여 분양할 수 있어 민간의 참여 유인도 어느 정도 확보됐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 신규 착공
정부는 향후 5년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매년 27만호씩 총 135만호의 신규 주택을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3년간 연평균 공급 물량의 1.7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37만2000가구를,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도심에서는 40만3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LH가 직접 시행자로 전환하는 것만으로 연간 5만호 이상의 순증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30년 이상 된 노후 장기공공임대 재건축과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로 연 3만8000호, 도심 유휴부지 활용으로 7000호, 민간 정비사업 참여 여건 개선으로 1만3000호를 추가해 전체 순증 효과는 연평균 11만2000호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정부는 공급 확대와 함께 대출 규제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 지역에서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상한을 강화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과도한 대출을 통한 투기 수요는 차단하겠다는 두 축 전략인 셈이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책이 시장의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8일 복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언론 설문에서는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주요 입지를 중심으로 당분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입주 물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에도 이번 대책에 단기적인 해법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착공이 이뤄지더라도 통상적인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실제 입주는 빨라야 2028년 이후에나 가능한데, 그 사이의 공급 공백을 메울 방안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5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통상 정책과 기준금리 향방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비수도권 지역에는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국토교통부는 “비수도권은 장기간 집값 하락과 미분양 심화 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공급 확대보다는 수요 회복 등을 통한 미분양 해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부동산 시장 양극화 현상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부동산시장이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뚜렷한 양극화 양상을 보인 만큼 지역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번 정책이 실제로 집값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신중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공급 확대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 사이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향후 부동산시장은 정부 정책의 실행력과 시장의 반응이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